여한구 통상본부장 "지금부터 본게임 시작…농산물도 전략적 판단해야"

  • 두 번째 방미 후 기자들 만나 "美, 무역적자 줄이려는 강한 의지 표명"

  • "제조업 협력으로 새 성장동력 확보…시간 때문에 실리 희생 않을 것"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 협상 주요성과와 관련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 협상 주요성과와 관련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관련해 "모든 이슈에 합의 도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부터 본게임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제는 랜딩존을 찾기 위한 협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한 달여 동안 대내적으로는 협상 체제를 확대 일신하고 짧은 시간에도 불구 협상 파트너들과 실질적인 논의를 진전시켰다"며 "이제 협상을 가속화할 단계라고 자평한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마감이 20여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우리에게는 선택을 결정할 시간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미국은 이달 8일까지 한국에 부과된 25%의 상호관세를 유예할 방침이었다. 이에 여 본부장은 지난 5~10일 방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과 관세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다음달 1일로 추가 유예하겠다는 무역 서한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왔다.

여 본부장은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타국의 협상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최우선 과제라 양국 관계만 살폈지만 현재는 20여개국이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글로벌 통상체제를 주도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 나라와의 협상 구도가 상호 간 영향을 미치는 복합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관세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던 유럽연합(EU)의 상호관세도 20%에서 30%로 올랐고 25%였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는 각각 30%·35%, 일본은 24%에서 25%로 올랐다"며 "많은 국가에서 합의에 근접했다고 생각한 순간마저도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을 맞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어느 나라도 예단하기 어렵고 협상이 끝난 이후에도 방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방미를 끝낸 여 본부장은 당분간 국내에 머물면서 관계 부처와의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관계 부처, 이해관계자, 국회 등과 최대한 협의해 비관세 장벽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미국에 가 협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국내적으로 협상안에 대한 맨데이트(위임)를 받는 과정이 미국과의 협상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산물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랑 통상 협상을 하더라도 고통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다. 다만 협상 이후 산업경쟁력으로 보면 강화된 부분이 있다"며 "농산물 부문도 우리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의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말을 하기엔 어렵지만 제도개선과 경쟁력 강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유연하게 볼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고 패키지를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그런 부분에서 초점을 맞춰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향후 협상 추진 과정에서는 제조업 협력을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무역적자를 구조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미 투자와 구매, 무역장벽,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상호관세 25%와 자동차(25%), 철강(50%) 등 매우 불합리한 불공정 대우다. 향후 한미 협력 가능성을 심하게 저해해 철폐 또는 대폭 인하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 방안은 결국 제조업의 전략적인 협력과 맞닿아 있다고 보인다"며 "여러 협력이 유망한 부분이 제조업에 몰려있고 그 부분이 미국에서 가장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제조업 협력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돕고 우리도 제조업 경쟁력의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와 구매 등은 기업이 결정하는 만큼 정부는 대화를 촉진하고 플랫폼을 만드는 보조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기업들도 기존 수출 위주의 공략에서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적응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협상에 대해서는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미국의 협상 패턴을 보면 모든 디테일을 담지 않고 큰 그림의 차원에서 합의한 뒤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원칙적 합의를 한다고 가정하고 계속 추가로 협상하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된 뒤에도 협상을 지속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8월 1일 이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최상의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지금 우리가 처한 협상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최상의 상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여러 원인으로 인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함께 대비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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