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잠재성장률 반전' 성공한 나라 공통점은 '구조개혁'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OECD가 우리나라 경제의 2025년도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2.0%에서 1.9%로 낮추었다. 0.1% 낮아진 것도 문제이지만 2024년의 2.2%보다 0.3%p 하향되었다는 것이 더 문제이고, 실제 경제성장률 전망은 이보다 낮은 0.8%인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잠재성장률은 2001년 5.5%, 2011년 3.8%, 2021년 2.3%로 빠르게 떨어져 왔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생산성에 의하여 결정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고용률은 증가했으나 평균노동시간 감소로 노동투입량이 감소하여 왔고, 자본스톡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서 크게 둔화되어 거의 0.0%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요소생산성은 증가하여 왔으나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둔화되었다. 노동, 자본, 생산성 모두 하락하니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가 2020년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잠재성장률은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감소되고 있다. 독일은 2001년 1.6%에서 2025년 0.5%로, 일본은 동기간에 0.7%에서 0.2%로, 영국은 2.7%에서 1.2%로, 프랑스는 2.3%에서 1.0%로, 캐나다는 3.2%에서 1.7%로, 미국도 3.2%에서 2.1%로 감소했다. 둔화속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 다음으로 높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 브라질 인도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은 저성장의 늪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선방으로 잘나가고 있는 미국도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과 독일의 급격한 위축은 한국의 미래를 보고 있는 듯하여 씁쓸하다. 캐나다 프랑스가 독일 일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은 것은 부존자원과 대외의존도의 차이로 판단된다.
 
큰 흐름상으로 노동은 감소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2000년대 들어서 감소된 출생아가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시기가 2020년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 이미 노동 투입량의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본 스톡은 설비투자 증가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점에서 감소 추세를 증가 추세로 전환시키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요소 생산성도 따지고 보면 1인당 자본장비율이 좌우한다고 보면, 설비투자를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국내보다는 해외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무역 장벽으로 현지생산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설비투자 증가도 쉽지 않다.
 
KDI는 2025∼2030년 잠재성장률을 1.5%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후에도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040년에는 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 등의 전망 등을 참고할 때, 2050년경에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선진국의 사례를 보았을 때, 잠재성장률을 반전시키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프랑스는 2016년부터 잠재성장률을 반전시켰고, 이탈리아도 비슷한 시기에 반전시켰다. 일본도 2012년부터 반전 시기가 있었다. 미국도 2011년부터 반전에 성공했다.
 
잠재성장률은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아야 하고 세계교역량도 늘어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잠재성장률 역전에 성공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국가 단위의 구조개혁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노동시장 개혁, 기업과 관련된 세제 및 제도 등 규제 개혁,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지원, 정부 재정 건전성 제고 등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대응이 부가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조개혁은 어렵기도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개혁이 아니라 지속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구조개혁을 천천히 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능한 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시급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 2.0% 수준의 실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은 경제성장 능력을 의미할 뿐이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별도로 필요하다. 1분기 경제 상황은 수출을 제외한 생산 소비 투자 모두가 부진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 소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노력은 미흡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민간소비 활성화를 위해서 소비 쿠폰을 발행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시의적절한 것이다. 재정여력이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0.8%까지 떨어진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5% 수준까지는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빠른 시간 내에 완료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방비 증액, 미국 가스전에 대한 투자 등의 카드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급한 것은 관세율을 가능한 한 낮추는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부담되는 것에 너무 구애될 필요가 없다.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1:1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볼 때, 이재명-트럼프 양국 대통령 회담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미국으로 날아가야 할 때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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