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동산 무풍지대] 전문가들 "외국인 규제 사각지대에 역차별 우려...규제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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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되며 은행들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출 접수를 일제히 중단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에서 외국인은 사실상 제외돼 ‘한국인 역차별’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일부 현금부자나 대출 규제에서 비껴간 중국인 등 외국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불공정한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간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규제는 주로 외교·안보 측면에서만 논의돼 적절한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사회적 갈등이 더 심화하기 전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16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부동산 매입 규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현 제도상 자금 출처나 실거주 여부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 주거와 직결된 자산에 대해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국인은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 늘어나면 집값 상승을 유발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줄일 수 있다"며 "시장 안정과 국민 주거권 보호를 위한 외국인 거래 규제 검토는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외국인 보유 비중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강남 등 핵심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우리 국민은 규제를 모두 다 받는데 외국인은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니 형평성 차원에서 규제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규제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2018년부터 영주권자 외 외국인에 대해 주택 매수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외국인에 대해 주택 매입을 금지하고 이를 2027년까지 연장한 상태다. 싱가포르 역시 2023년부터 외국인 구매자에게 ‘추가 구매 인지세(ABSD)’를 걷고 있다. 싱가포르는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 없이는 외국인에 대해 주거용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외국인이 미국 부동산 권리를 매도할 때 매매대금 대비 10~15%를 원천 징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등 특정국가 국민에 대해 농지 보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현재 상호주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법령과 세부 기준이 미비해 외국인에 대해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조치가 자칫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전면적 규제보다는 실거주 여부 확인과 사후 추적 관리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020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투기성 매매를 막아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외국인에 의한 시장 교란 정도에 대한 파악이 선행돼야 하며 주택 유형, 가격, 위치 등 조건에 따라 차등 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무작정 외국인 매수를 막기보다 실제 거주 여부에 대한 심사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취득한 후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투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에 대해 부동산 거래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외국인 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고, 국내적인 사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부동산 매수 문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며 "거래 제한 등 강력한 규제는 면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투기로 인한 부작용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정도로 개선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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