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전지적 독자시점'(감독 김병우·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언론 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병우 감독과 배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가 참석했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넘게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로 뒤바뀌며 유일한 독자 '김독자'가 주인공 '유중혁'과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익숙한 재난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소설을 유일하게 끝까지 읽은 독자'라는 설정을 더해 신선함을 꾀했다.
김병우 감독은 "원작 외에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원작에도 여러 좋은 가치가 있지만 제가 조금 더 찾아낸 건 '함께한다'는 의미였다. 김독자가 이 능력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함께 쓰는 거라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한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뾰족하게 만들어보자, 내면 세계를 그려보는 신들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독자' 역을 맡은 안효섭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렇게 큰 IP인 줄은 몰랐다. 대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게 실사화되면 배우로서도, 팬으로서도 궁금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면 부담이 생기고 부정적인 영향도 갈 수밖에 없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대본에 충실하고 감독님, 모든 제작진,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거였다. 현장에서 하루하루 부끄럽지 않게 찍었고,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했다. 제 바람은 원작 팬분들도, 다른 분들도 재밌게 즐기셨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원작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고민한 부분에 대해서도 "원작 속 김독자를 끌고 와서 나만의 독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말처럼 이 작품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는 작품이어야 했다. 저의 김독자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독자가 시원하고 명쾌하게 해결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모두가 독자 위치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게, 마냥 히어로적인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보여지도록 고민했다. 김독자가 주인공이지만 제일 주인공 같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역할들은 주인공의 특별한 매력과 힘이 있었는데, 독자는 오히려 슴슴하고 평범한 게 무기였다. 그런 지점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많은 분에게 독자의 일반적인 면모를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고 밝혔다.

'유중혁'을 연기한 이민호는 "의도치 않게 원작이 있는 작업을 많이 하게 됐다. 요즘은 IP 콘텐츠가 어색하지 않은 시대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IP가 지향하는 방향성, 정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감정선이나 정서를 얻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을 판타지라고만 접근하지 않고 유중혁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충분히 외롭고 쓸쓸하게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유상아' 역을 맡은 채수빈은 "무기를 칼이나 총이 아닌 실을 쓰니까 이 액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술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많은 노력을 쏟았다. 혼자 하는 액션이 아니고 다 함께 하는 거라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 그림들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나나는 블루스크린 연기에 대한 소감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블루스크린이 처음이라 과연 내가 상상하며 집중할 수 있을까, 온전히 진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현장에 가서 연기를 했을 땐 의상, 분장 상태가 모두 갖춰진 상태였고 모든 분들이 집중하고 진지한 상태였다. 그래서 고민이나 걱정했던 건 아예 없어질 정도로 마음껏 상상하며 하고 싶은 동작들을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상상하다 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더 좋았다. 감독님이 충분한 설명과 콘티를 얘기해주시며 이해시켜줘서 크게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신승호는 "운 좋게도 이번 작품 촬영 전에 연달아 두세 작품을 크로마키,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해서 적응 기간이 필요 없었다. 제가 집중하려고 쏟은 노력은 실제로 맞서는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거니까 오늘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하기보다는 '스크린에 나올 땐 어떤 그림일까'를 부족하지만 계산해보려고 했다. 디테일을 만들어주셔서 어려움 없이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시대 흐름을 보면 앞으로 블루스크린 연기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배우들에게 상상력, 창의력이 정말 중요하다. 평소엔 헛된 상상을 많이 하지 않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이것저것 상상해보려고 하다 보니 풍요로운 감정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대기, 바람을 직접 느끼며 찍으면 더 좋겠지만 감수해야 할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MC: 더 벙커', '더 테러 라이브' 등으로 장르적 실험을 이어온 김병우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도 꼼꼼히 현장 반응을 체크했다.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속작에 대해서는 "처음 이 영화를 만났을 때 구두로는 말한 적이 있다. 본격적으로 계약이 진행된 건 아니고, 이 다음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행은 하고 있었지만 가능성은 극장 상황과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어려운 극장 상황에 관해서도 "아주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극장에서 여전히 재밌는 영화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게 나와 배우들의 소망이다. 답습했던 걸 최대한 버리고 관객들이 미처 보지 못한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게 나와 배우들의 지점이었다. 그게 온전히 스크린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웹소설의 막강한 팬덤이 과연 극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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