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 명의 'K-폴리페서' 아니겠어요. 자신의 커리어에 '장관' 타이틀을 달고 싶어하는..."
오랜만에 만난 교육계 인사 A씨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한 말이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한두 개가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졌다. 지명 직후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리더니 제자 논문 가로채기, 논문 중복 게재(논문 쪼개기), 자녀 불법 조기 유학, 결혼한 차녀의 국민건강보험 피보험자 등재, 직장 내 괴롭힘, 노동관계법 위반 의혹 등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졌다.
A씨는 "다른 건 몰라도 논문 표절 의혹이나 어린 자녀들을 억대 비용이 드는 미국 사립 기숙학교에 유학 보낸 점 등은 교육장관을 하겠다는 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미 11개 교수·학술단체 연합체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논문을 전수 검증한 뒤 표절이 심각하다며 '자진 사퇴' 결론을 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공교육을 책임지기엔 자격이 부족하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학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나온 결론이다. 부끄러운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인사청문회법이 도입된 2000년 이후 역대 교육부 장관이나 후보자 가운데 논문 표절 논란으로 낙마한 사례는 적지 않다. 그만큼 국민이 교육장관 자격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유·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평생 교육까지 전반을 아우르는 부처라 국민적 감시가 광범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학자 출신 후보자라면 연구 윤리와 도덕성은 자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작동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취임 12일 만에 사퇴했다. 제자 논문에 나온 설문조사 데이터를 자신의 논문에 그대로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32일 만에 지명 철회됐다.
윤석열 정부에선 2022년 4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의 박사논문 중 일부를 자신의 학회지 논문에 인용 표시 없이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지명된 지 20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같은 해 6월에 지명된 박순애 후보자도 논문 관련 의혹 등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취임 34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아이들 조기 유학 보낼 때 교육부 장관이 되리라고 생각 못했느냐"고 묻자 "장관직을 꿈꾼 적 없다. (솔직히 덜컥 온 게) 맞다"고 털어놨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이렇다 할 교육철학이나 비전 제시는커녕 폴리페서라는 점을 자인한 셈인데 연구와 교육 전문성보다 정치에 더 관심 있는 폴리페서에게서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은 언감생심이다.
모임을 마칠 때쯤 A씨가 넌지시 귀띔했다. "한국에선 정치와 권력에 불나방처럼 기웃거리는 교수들을 모두 폴리페서라고 부르지만 미국 등지에선 재닛 옐런 등 자타공인 최고의 학자만 폴리페서라고 칭한다"고 했다. 폴리페서 앞에 왜 K를 붙였는지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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