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줄고 스스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10년 차 직장인 남민지씨(33)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중에 있는 모든 돈을 예·적금에만 넣던 ‘투자알못’(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 청년들과 부동산 투자 등 자산 형성에 대한 고민을 나눌 정도로 바뀌었다.
남씨에게 변화를 불러온 건 서울시 청년금융정책인 ‘영테크’와 그 심화 프로그램인 ‘영클럽’이다.
영테크는 서울시가 만 19~39세 청년들의 금융자립을 돕기 위해 운영 중인 정책이다. 서울 거주 또는 활동 중인 청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1:1 재무상담과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예산 한계 등으로 재무상담은 연간 2~3회에 그치고 1대 다수의 금융교육만 진행해 맞춤형 교육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왔다. 이에 시는 지난 5월부터 영테크 수강자를 대상으로 심화과정인 소규모 상담, ‘영클럽’과 ‘영톡스’를 도입했다.
영클럽은 영테크 금융교육을 수강했던 청년이, 영톡스는 영테크 재무상담을 완료한 청년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각자의 관심사와 지식수준을 반영한 소규모 심화 교육으로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재무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클럽 강의는 신청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남씨는 “영테크는 소비 습관부터 연금, 부동산까지 ‘재테크의 기초 체력’을 쌓도록 도왔다면 영클럽은 쌓은 기초를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는 ‘실전 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씨는 영클럽 부동산 수업에서 조원들과 팀을 이뤄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임장’ 활동을 통해 관점을 넓힐 수 있었다고 했다.
남씨는 “관심 없던 강북 지역을 가게 됐는데 오히려 ‘서울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나도 투자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나를 비롯한 10명 정도의 또래 청년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재무 감각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시각예술 작가인 이세린씨(40)도 영테크와 영클럽을 통해 금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 프리랜서로서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이씨에게 부동산 투자는 현실적으로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영클럽 부동산 수업에서 팀 활동을 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이씨는 “팀원들이 어떤 관점으로 매물과 지역을 선택하는 지 보며 나도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며 “내 삶이 변화하면 언젠가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영클럽의 강점으로는 ‘쌍방향 소통’을 꼽았다. 이씨는 “영테크는 다소 일방향적인 수업이었다면 영클럽은 소규모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겼을 때 바로 질문하고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며 “또래 청년들이 제기한 고민들을 들으며 세대의 공통 고민지점이 뭔지도 알게 돼 흥미로웠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더 나아가 재무설계사 자격증(AFPK)까지 취득했다. 예술인 등 자신과 같은 프리랜서 청년들에게 맞춤형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서다. 이씨는 “영테크, 영클럽 등 금융교육이 직장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프리랜서에게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소득이 적고 불규칙한 프리랜서가 접근할 수 있는, 허들을 낮춘 맞춤 강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