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배터리박스(SBB).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정부가 주관한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앞세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확보하며 전체 물량의 80%를 수주, 사실상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지역 수주에 그치며 체면을 유지하는 데 그쳤고, SK온은 첫 도전에서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며 빈손으로 돌아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 23일 각 컨소시엄에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이번 사업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장주기 ESS 구축의 첫 발로, 총 565MW 규모(육지 525MW, 제주 40MW)에 달한다. 사업지는 전국 단위로 구성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남을 중심으로 한 호남권에 집중됐다. 총 8개 컨소시엄이 참여해 고흥, 광양, 진도, 무안, 영광, 안좌, 제주, 홍농 등 8개 지역이 선정됐다.
삼성SDI는 이 중 진도(48MW), 고흥(96MW), 무안(80MW), 영광(80MW), 안좌(96MW), 읍동(29MW) 등 6곳에서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며 총 465MW/2,574MWh를 수주했다. 전체 물량의 약 82%로, 시장 내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한 셈이다.
기술적 안정성도 높였다. 발열 리스크를 줄이는 스마트 배터리 박스(SBB)와 직분사 소화 시스템(EDI)을 적용했고,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국내 배터리라는 점도 산업 기여도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광양(96MW)과 제주 표선(40MW) 지역을 수주해 총 136MW를 확보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SDI 수주의 약 30% 수준이다.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과 화재 안정성은 장점으로 평가됐으나, 전반적인 수주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배터리 셀 생산지가 중국 난징이라는 점이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 기여도를 따지는 항목에서 울산 생산 기반의 삼성SDI에 비해 감점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SK온은 이번 입찰에서 단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다. 국내 LFP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이지만, 서산 공장 등 주요 생산 기지는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가격과 공급 안정성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ESS 솔루션&딜리버리실의 첫 도전은 아쉽게도 ‘완패’로 끝났다.
정부는 이번 입찰을 시작으로 약 1.5GWh 규모의 장주기 ESS를 순차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ESS 설치가 확대될 전망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2차, 3차 입찰이 예정돼 있으나, 구체적인 일정과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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