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납사 기반 범용제품뿐 아니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도 중국의 추격과 미국발 관세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대미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운 만큼 하반기 중 업체별 강도 높은 자구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3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페셜티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 연결 매출 1조7734억원, 영업이익 652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1206억원)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45.9% 급감했다.
1분기에는 미국 관세 부과 공포감에 따른 일시적 수요 증가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높은 실적을 냈지만 2분기에는 관련 효과가 없어지며 실적이 떨어진 것이다. 중국이 합성고무·수지, 페놀유도체 등 스페셜티 생산을 확대 하며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발 관세로 글로벌 스페셜티 수요가 줄고 대미 수출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금호석화는 "3분기에도 관세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수요 약세와 전방산업 수요 회복 불확실성으로 시장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며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NB라텍스의 수익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광산업은 중국 진출 20년 만에 현지 스판덱스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8월 중 모든 공장 가동을 멈추고, 10월에는 재고 판매를 위한 영업 활동도 마무리하기로 결의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판덱스 생산·수요처이지만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은 최근 3년간 935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감내했다. 태광산업 철수로 중국 스판덱스 시장은 효성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와 중국 현지 스페셜티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국내 석화 제품을 51억 달러(약 7조원)어치 수입하며 중국과 함께 한국산 스페셜티 제품의 양대 수요처로 부상했지만 15% 관세 부과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따돌릴 고부가가치 상품과 기술 개발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SK케미칼은 아직 중국 석화 기업이 진입하지 못한 '코폴리에스터'에 주력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코폴리에스터는 SK케미칼과 미국 이스트만 케미칼(구 코닥)만이 상업화에 성공한 상황이다.
SK케미칼은 미국 상호관세로 인해 이스트만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중국 수출 확대를 목표로 코폴리 추가 생산에 착수했다. 금호석화도 중국이 진입하지 못한 '용액중합 스티렌·부타디엔' 고무와 '탈솔벤트'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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