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 놀이'를 경고한 이후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비생산적 여신 관행에서 벗어나 실물경제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규제 전반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생산적 금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금융구조 전환을 위한 구체적 혁신 과제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손쉬운 주담대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주길 바란다"며 금융사들의 영업 관행을 비판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5조6859억원으로 지난해 말(662조2900억원) 대비 3조3959억원(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578조4635억원에서 603조9702억원으로 25조5067억원(4.4%) 불어났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주담대가 9배 안팎 더 늘었다.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주담대 비중을 줄이고 기업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TF에서는 주담대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을 현행 15%에서 25%까지 높이고, 국가전략기술 등에 대해서는 RWA를 400%에서 100%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RWA 완화 대상으로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일반 담보 대출보다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가 훨씬 높아 같은 금액을 대출하더라로 금융사는 기업대출 실행 시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RWA를 완화하면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줄어들어 그만큼 해당 첨단산업 대출·투자 여력이 커지게 된다.
TF는 RWA 조정 외에도 △기술금융 사업 확대 △ 공급망 금융 플랫폼 구축 △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중기벤처기업 투자 유도 등을 통해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자본시장은 기업이 자금을 투자받고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공유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인 만큼 자본시장·투자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와 기업, 전문가와 함께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TF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현장 중심 정책과 긴밀한 소통으로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 성과 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도 대응에 나섰다. 그간 핵심 수익원이었던 가계 여신 중심 구조를 조정하고, 향후에는 산업금융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국가전략산업 분야를 지정해 전담 조직을 꾸리고 자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기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여신을 늘려 장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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