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율 명지대 교수]
이변과 혼선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청래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결과는 ‘이변’으로 평가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보다 가까운 인물로 여겨졌던 박찬대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박찬대 의원이 의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음에도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역위원장들의 당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이는 당원 중심의 당내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정당이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성격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원 중심 정당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민주당 당원들의 목소리가 일반 여론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강성 당원의 목소리가 일반 당원을 압도하고 있고, 강성 당원의 의견이나 생각이 여론과 괴리가 있다면, 비록 당원 중심 정당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해도, 이를 ‘당내 민주화의 성공’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렇게 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하는 중도 실용 노선과 민주당의 ‘당심’ 사이에도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런 상황이 실제로 나타나면, 이재명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강성 당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추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는 소리가 있고, 강성 당원들의 이런 실망감이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투영됐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이런 괴리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아직 진행 중인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찬탄’ 대 ‘반탄’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탄핵에 찬성했던 후보로는 안철수, 조경태 의원 등이 있으며, 반대 입장을 취한 이른바 반탄 후보에는 김문수, 장동혁 의원이 있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영입 인사’의 행위 정당성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수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윤석열=보수 가치’라는 등식이 굳어지는 상황은 지양되어야 하며, 국민의힘이 이러한 인식을 극복할 때만이 대한민국 보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