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은행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담합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제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제재 수위에 따라 최대 조(兆) 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권에서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지난 1일 공정위에 LTV 담합 의혹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기준을 공동으로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담대 상품을 출시·운영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보고 지난 4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은행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며 과징금 및 시정명령 등 제재를 예고했다. 제재가 확정되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에 대한 첫 제재 사례가 된다.
은행들은 정보 공유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는 입장을 의견서를 통해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의견서를 검토한 뒤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데 관련 조사에 착수한 지 2년이 지난 사안이라 연내 최종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이들 은행에 부과할 과징금 규모는 최소 수천억 원에서 최대 1조원대가 예상된다. 은행의 관련 매출 규모와 위반 행위 지속 기간, 경제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고강도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 정부가 '상생금융'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공정위 제재가 해당 기조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 독과점 해소 지시에서 시작된 조사인 만큼 공정위 제재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와 금융당국 간 마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그간 가계부채 관리 수단으로 LTV를 활용해온 만큼 공정위가 제재를 결정하면 금융위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이에 금융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부 차원에서 정책 조율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은행권은 과징금이 실제로 부과되면 이의신청과 동시에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 내부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 비교해 담합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며 "상생금융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고강도 제재를 단행하면 은행권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국고채 금리를 특정 수준에 맞추기 위해 주요 금융사가 담합했다고 보고 국고채 전문딜러(PD)로 지정된 금융회사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제재 대상에는 IBK기업은행·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과 메리츠증권·키움증권·KB증권 등 증권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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