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15% 자동차 관세는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였고 일본·유럽연합(EU)은 기존에 2.5% 관세를 적용받다가 이번에 15%로 타결됐으니 우리도 15%에서 2.5% 낮은 12.5% 수준의 관세가 적용돼야 한다는 협상 목표를 삼았다. 그러나 일본, EU와 균등하게 15%를 고수해야 한다는 미국 측과 합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번에 합의한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1500억 달러의 조선분야 협력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머지 2000억 달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투자 내용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때 한국 투자기업들의 이득을 얼마나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후속 과제일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져서 향후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 바로 반도체와 의약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반도체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는데 대통령실은 지난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최혜국대우를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과의 약속대로 한국의 대미 수출 반도체에도 다른 품목들처럼 15% 관세 혹은 다른 국가들보다는 낮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일단 전망된다. 기존 50%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 알루미늄, 구리는 이번 협상 대상에서 제외돼 후속 협상이 필요하다.
당장은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세계가 각국의 이익에 따라 합종연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은 미국의 관세압박에 반발하며 결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도 미국 중심 무역질서 개편에 심기가 불편함을 나타내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과 동맹의 관계를 맺어온 EU·일본·한국 등의 국가들도 예외 없이 기존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고 부담스러운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면서 미국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관세협상 합의 후 일본이나 프랑스 등의 동맹국들이 협상결과에 대한 불편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관세협상 타결의 후속적인 대응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갈 때 최대한 국가적 불이익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협상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들에 대해 최혜국대우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협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에 관세협상이 타결됐음에도 미국은 언제라도 자국의 이익에 따른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이번 관세협상을 계기로 다시 한번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보다 강화된 대응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초격차 기술력을 높이는 데 국가와 산업계 모두 온 힘을 쏟는 것이 미국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무역질서에 대응하는 길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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