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토큰증권의 신속한 제도화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토큰증권 발행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도화 과정에서 불협화음으로 국내 조각투자 시장 조성이 지지부진한 결과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사업자인 뮤직카우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법인인 뮤직카우 US를 통해 현지에서 처음 진행한 음악수익증권 공모 수량을 완판했다. 해당 공모는 베타테스트 성격으로 올 초 선발된 제한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뮤직카우는 첫 번째 공모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해 연말까지 음악투자 플랫폼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자인 펀블도 두바이 법인을 세우고 연내 현지 디지털증권 사업자 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현지 금융 당국으로부터 사업자 인가 신청 자격을 획득했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조각투자 관련 사업자들에게 발행이나 유통 한쪽의 인가만 내주겠다는 발행·유통 겸업 불가 입장이다. 이에 사업자들은 자기 발행 증권을 유통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겸업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당국 주도의 유통 시장 형성 시도는 한 차례 실패한 적이 있다. 한국거래소가 구축하는 신종증권 장내 시장이 2023년 12월 13일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에 신규 지정됐고 지난해 기술적인 구축이 마무리됐으나 1년 넘게 상장할 기업을 찾지 못했다.
이에 조각투자 제도화 과정에서 당국이 발행·유통 겸업 금지 방침을 내세우면서 유통 사업에 진입하려던 증권사들은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 유통 인가를 우선적으로 확보했다가 발행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영영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해당 방침이 현재 샌드박스가 적용된 비금전신탁수익증권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같은 신종증권인 투자계약증권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향후 토큰증권까지 적용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각투자 발행사들도 발행 인가 획득 준비에 들어갔으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발행사들은 발행 인가만 받으니 기존에 했던 유통 사업을 유지할 수 없고, 증권사들도 유통 인가 획득을 망설이는 상태"라며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공모를 진행해도 유동화가 어렵기 때문에 발행 흥행 자체에 다시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투자자 보호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발행 상품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유통 시장을 아예 막아버리는 정책 방향은 시장 육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