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리오프닝 기대감에 식품·소비재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러·우 전쟁 기간에도 한류 열풍과 가격 경쟁력을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관련 업계는 러시아 경제활동 재개가 실적 성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한국 식품의 대러 수출 흐름은 제재와 물류 차질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특히 라면 등 일부 품목은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서방 브랜드가 떠난 자리를 빠르게 채우며 현지 입지를 강화해 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내 라면 수출액은 2375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8.6% 급증했다.
대러 라면 수출 증가율은 2021년 31.1%를 기록한 뒤,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에는 23.3%로 둔화했고 2023년에는 18.4%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2024년 83.9%, 올해 7월 기준으로는 88.6%까지 뛰어오르며 정체됐던 흐름이 빠르게 회복세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러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끈한 매운맛과 K-콘텐츠 인기 등에 힘입어 현지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K-푸드 설명회에도 참가해 바이어들과의 접점을 넓히며 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농심 역시 2017년 '신라면' 수출을 시작한 이후 10%대 성장률을 이어가며 러시아 시장 내 입지를 꾸준히 다져왔다. 전통적인 한국 라면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며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팔도는 러시아 내에서 '국민라면'으로 불릴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를 자랑한다. 특히 현지 공장에서 직접 생산되는 컵라면 '도시락'은 러시아 전체 라면 시장의 약 6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 중심이 아닌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전쟁 등 외부 변수에도 타격을 최소화하며 입지를 굳혀온 대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K-라면을 중심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출 확대 흐름도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생용품·화장품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한국 소비재도 가성비를 바탕으로 러시아를 떠난 글로벌 제품의 대체재로 부상했다.
2020년 전체 대러 수출액의 3.5%에 불과했던 국내 비누·치약·화장품 수출 비중은 2022년 4.5%로 증가했다. 2023년엔 전년보다 42.3% 급증한 4억9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되며 비중도 6.7%로 높아졌다.
지난해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로 한층 더 뛰며 대러 수출품 중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수출액은 4억600만 달러로 소폭 줄었다.
업계는 러시아의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하면 수출액이 재차 반등하고, 오름폭도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화장품의 경우 러시아는 세계 10대 기초화장품 시장인 데다, 춥고 건조한 기후 특성상 관련 수요가 꾸준한 점도 업계 기대감을 키운다. 전 세계적인 K-뷰티 열풍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