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르면 이달 현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세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세제 개편안에서도 부동산 관련 세금은 제외됐으나 최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정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전체적인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일부 핵심지에서 여전히 상승거래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급등세가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도 각종 세금과 밀접한 공시가격 현실화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등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4일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1% 오르면서 30주 연속 상승했다. 전주(0.13%)보다 상승률이 소폭 줄었으나 강남구와 용산구는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27 대출 규제를 시행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반등하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오른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대출 규제 효과가 다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11일 41억77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전용 82㎡도 45억2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113㎡는 이달 14일 44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핵심단지는 여전히 매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자금력이 충분하다면 지금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지금 시장이 대출 규제만으로 잡힐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도 최근의 집값 흐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잡는 정책은 쓰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동산 세금을 높이는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책도 고강도 대출 규제였고, 앞서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도 부동산 세금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세금을 쓰지 않겠다고 했으니 (정책의) 손발이 묶였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대출 규제보다 더 센 강도의 대책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27 대책 이후 집값이 전체적으로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등의 모습을 보이자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도 최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 방향 검토 연구' 용역 발주를 준비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마찬가지로 세금 인상 등을 통해 집값을 잡는 방식은 장기간 유지되기 힘들고, 서민 주거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조세가 높아지면 소유자 본인이 내는 것이 아닌 임차인 등 다른 이에게 세금을 전가하는 게 부동산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결국 임차인의 부담이 커지는 등 기대한 정책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근본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꾸준한 주택 공급과 함께 정상적 시장 활동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라며 "거래가 많아져야 매물도 풀리고 세수도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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