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현장 지휘관들과 초동수사 책임자, 전 대통령경호처 간부를 연이어 소환하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수사 외압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대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박 전 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현장 지휘관 중 가장 상급자였다. 그는 장병들이 장화 높이까지 하천에 들어가도록 해 안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여단장은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됐다.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중령)도 같은 혐의로 이날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최 전 대대장은 사고 전날 “우리 포병은 내일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사실상 수중수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을 포함해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초동수사 기록 이첩·회수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은 “직권남용 의혹에 대한 참고인 조사”라며 “기존 진술과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송호종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부장도 이날 두 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 전 사단장을 만난 적 없다고 진술했으나, 특검팀이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2023년 12월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 발견돼 위증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법사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에서 위증 혐의가 의심되는 인물들에 대한 고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송 전 부장은 출석길에 “단톡방(멋쟁해병)에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단톡방을 잘 보고 말했으면 좋겠다”며 “진실 규명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위증 의혹에 대해선 “우리 집에 초대해 위로 식사 한 번 한 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최근 언론사들로부터 사고 당시 촬영된 현장 영상과 사진 자료도 확보했다. 특검은 이달 중순 언론사들에 2023년 7월 18∼19일 수색 현장 무편집 영상을 요청했으며, 이를 수사와 공소 유지에 활용할 계획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기록물을 제공해 준 언론사에 감사드린다”며 “확보한 자료는 사건의 실체 규명에 중요한 단서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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