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근로자 475명을 체포하면서 관세 협상과 대규모 투자 논의를 이어가던 한미 관계가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주요 언론은 이번 사태가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은 물론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기조에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 역시 양국 간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한국 대기업 공장을 단속하면서 발생한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로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WP는 “지난 4일에 있었던 근로자 475명의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현장 단속 작전”이라며 한미가 관세 및 투자를 놓고 수개월간 껄끄러운 협상을 한 이후 이번 단속이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번 사안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후속 협상과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방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 것이다.
WP는 “현대·LG와 같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이런 투자 추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이민 단속은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체포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현대차를 당황하게 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가까운 동맹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번 단속은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서 한국계 커뮤니티를 상대로 하는 사업체들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강경 이민 단속 정책이 미국이 부족한 첨단 배터리 생산 등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가 안고 있는 모순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도 이번 사태가 다른 아시아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매우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한미 양국은 8월 정상회담을 했고 한국은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경제 협력 기운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해당 공장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 건설이 결정됐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대표 사례로 인식돼 왔다”며 “양국 간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될 수 있다”고 해설했다. 닛케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외국 기업 노동자에게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아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딜레마’가 지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닛케이는 “미국 행정부 단속이 아시아계 등 외자 기업 공장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일본을 포함해 미국에 거점을 둔 외국 기업에서 경계감이 강해질 듯하다”고 전망했다.
미 이민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을 벌여 근로자 475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3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국 정부는 구금자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사 면담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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