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되면 형사사법 체계는 해방 이후 80여 년간 이어온 검찰중심 구조에서 근본적 변화를 맞는다. 김기원 법무법인 서린 변호사는 16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준비 없는 속도전은 자칫 사회 전체의 수사 역량에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개혁 과정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자칫하면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 문화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나 새로 생길 중수청, 공수처가 이를 대체할 인력과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개혁 이전보다 수사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지능·경제 범죄 대응을 예로 들었다. 그는 “경찰은 강력·기초 사건처리에는 경험이 많지만 기능·경제 범죄 등 분야에서는 검찰보다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 수사기관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구조가 올바른 것이냐 여부와 별개로 수사 주체의 전문성과 역량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또 한국 형사사법 구조에서 검사가 가진 특수한 지위에 주목했다. 검사는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지만 기소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예심판사와 유사한 준사법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준사법기관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그동안 사실상 비공개 재판과 같은 수사 절차를 거쳐 유죄 가능성이 99%에 가까울 때만 기소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기소 여부가 수사 결과에 종속된다는 점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수사기관과 검찰 간 권한이 균등 배분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검찰 권한 남용을 막겠다는 개혁 취지가 반대로 수사기관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절차적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수사기관이나 검사가 밀실에서 증거와 진술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증거 개시 장치를 기반으로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증거조사가 이뤄지는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판에서 증거와 논거가 투명하게 다뤄질 때에만 경찰이나 검찰 어느 한쪽으로 권한이 쏠리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때 피해자가 법원 허가를 받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피해자가 구제받을 통로를 열어주는 장치가 될 수 있고 수사기관이나 검찰 권한 집중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개혁의 큰 방향성이 타당한지와 별개로 검찰청 폐지 이후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검찰 중심으로 사건을 빠르게 처리해온 구조를 바꾸면 효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형사사법 효율성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적법 절차를 보장하자는 게 이번 개혁의 방향일 것이다. 적법 절차를 보장하려면 사법인력 확충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그는 “검찰개혁은 단순히 조직의 명칭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형사사법 역량을 재설계하는 중대한 과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세부 방안의 정교함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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