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장수의료의 AI 해법으로 떠오른 휴먼디지털트윈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초고령사회의 의료는 기존의 의료와는 여러 차원에서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도 고령인구의 절대적 증가에 따른 의료비지출의 확대는 경제적 차원에서 심각한 고비용장수시대를 초래한다. 그리고 일반인과 고령인은 의학적 차원에서 서로 크게 다른 집단이다. 오랜 생애 동안의 생활패턴, 사회활동, 환경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개인의 건강상태에 미친 영향에 큰 차이가 있다. 복잡한 과거력에 따른 다중적 질병패턴은 만성질환으로 연계되어 신체에 다양한 퇴행적 변화를 초래하고 부득불 사용하는 복합적 약제는 또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한편 독거노인의 증가는 의료 접근성마저 제한하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회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수명연장과 삶의 질 고양 욕구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인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신속하고 편리하게 정밀성과 정확성을 갖춘 의료 혜택을 받고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은 초고령사회의 건강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휴먼디지털트윈(HDT, Human Digital Twin) 체계의 도입을 적극 권장한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는 개념은 실제 공간의 물리적 제품, 가상 공간의 가상 제품 그리고 실제 공간과 가상 공간 간의 데이터 및 정보 인터페이스인 세가지 구성요소로 되어있어 가상상태에서 현재 상태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 이미 산업계의 총아가 되어 있다. 실제 항공업계와 제조업계에서는 예측적 유지보수를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능력, 복잡한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 그리고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디지털트윈개념을 사람에 적용하여 조직, 장기 및 생리적 과정을 포함한 인간의 가상 복제본인 아바타(avatar)인 휴먼디지털트윈(HDT)이 등장하였다. HDT기술은 정보 제공형인 HDT 1.0, 모니터링 및 예측 강화형인 HDT 2.0, 그리고 초개인화된 대화형 시뮬레이션 초지능형인 HDT 3.0으로 발전하고 있다.
HDT 1.0은 전통적인 유전자 검사와 기본적인 바이오마커 분석에 의존하여 개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유전체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인의 DNA 정보를 분석하여 특정 질병에 대한 유전적 소인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HDT 2.0은 정적인 유전 정보에 더해 웨어러블 기기나 IoT 센서에서 수집되는 실시간 생체 데이터를 HDT에 반영하기 시작한 단계로 특징지어지며, 심박수, 활동량, 혈당 수치, 수면 패턴 등의 연속적인 생리학적 데이터를 통합하여 보다 동적이고 개인화된 건강 모니터링과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HDT 3.0은 유전체, 후성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및 미생물군유전체를 망라한 다중 오믹스 데이터의 심층적 통합, 실시간 생체 데이터 및 환경적 요인의 총체적 반영, 그리고 동적으로 변화하는 인체 시스템의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핵심 특징으로 한다. HDT 3.0이 '초지능'으로 불리는 이유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의 고도화, 다중 오믹스 데이터 통합 기술의 발달, 그리고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혁신이 결합되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초월적 수준의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HDT를 고령인을 위한 의료에 적용하게 되면 의료진과 환자에게 편리성과 정밀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건강상태에 대한 예측을 통한 선제적 대응의료가 가능하며, 의료접근성은 물론 의료 신뢰도를 고양하며 궁극적으로는 의료비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HDT의 발전은 수많은 윤리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건강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이며, 이를 디지털트윈 형태로 구현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적 또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HDT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 보안과 개인 정보 주권을 구현하는 방안이 있다.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으며, 모든 접근 기록이 블록체인에 불변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추적이 가능하다. 또한 HDT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하고 정교한 대조유전체(reference genome)를 구축하여야 한다. 유전체 이상을 분석하기위한 기존의 대조유전체는 건강한 유럽계 백인 유전체를 짜깁기하여 구축하였다. 따라서 인종이나 지역에 따른 차이가 반영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체 해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구집단별로 유전체를 분석하여 융합한 인체범유전체(pangenome) 구축이 시급하다. 한편 초고령사회에서는 고령인에 적합한 대조유전체의 구축이 필요하다. 기존의 인간대조유전체는 건강하고 젊은 일반인에서 채집한 유전체자료로 구축되었기에 고령상황에서의 질병패턴, 치료효과 또는 사망 요인에 대한 자료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령이후의 건강상태와 질병패턴을 비교분석하고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백세인의 유전체 자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대조유전체를 구축하여야 한다. 건강백세인대조유전체(centenarian reference genome)는 초고령사회에 활용할 수 있는 HDT의 정확성과 정밀성을 모두 높일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게 되면 고령상태에서의 생리현상과 질병패턴의 분석과 예후 평가를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DT 활용은 개인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의 미래를 근원적으로 혁신할 수단이 되었다. 특히 HDT는 고령인의 건강장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의료를 온전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HD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윤리적 가이드라인 수립, 의료진 교육, 사회적 합의 형성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