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무대 감싸안은 여섯 시인의 '낭독 극장'

  • '김혜순, 시하다' 낭독회

  • 독백보다 대화처럼 시 읽으며

  • 아르코 문학주간 폐막식 장식

시인 김혜순이 지난 19일 김혜순 시하다-신작 시집 낭독회에서 자신의 시를 소리내 읽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인 김혜순이 지난 19일 '김혜순, 시하다-신작 시집 낭독회'에서 자신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늘 지나고 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씨에게/하루도 같은 하늘을 준비하지 않은/나의 날씨에게/어제 날씨는 없었던 것처럼/나는 늘 말해/이 세상에는 너와 나 둘이면 충분해/다른 건 필요없어
 
가을비 내린 지난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김혜순, 시하다-신작 시집 낭독회’가 열렸다.
 
김혜순 시인을 비롯해 김상혁, 신해욱, 안태운, 유선혜, 황유원 시인까지 6명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낮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시를 읽어 내려갔다. 1시간 30분 동안 김혜순 시인의 신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에 담긴 시의 리듬이 어스름한 소극장을 감싸안았고 관객들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리듬에 고요히 몸을 맡겼다.
 
낭독에 앞서 김혜순 시인은 무대 위 스크린을 통해 이번 신작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자신과 공동체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 공동체가 함께 겪은 정동들, 초조와 분노와 좌절과 환희와 결의, 그리고 매년 더워지는 그래서 결국 파멸에 이르고야 말, 징조를 내보이는 기후 생태 위기, 그런 것들에 대한 시적이고 예술적인 대안에 대한 생각의 흐름,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일과 그것에 이은 시적인 발견들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계에 대해서도 말했다. “저는 이 시들을 쓸 때 저와 타자, 저와 동물, 식물, 사물, 광물의 경계를 지우려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시간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도 넘나들었습니다. 김행숙 시인이 이 몸과 저 몸의 경계가 없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없다고 이 시집을 읽은 소감을 한 줄로 말해주었는데 제 속에서 나온 것 같은 말을 해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이 경계를 지우려 하듯 낭독회는 독백보다는 대화에 가까웠다. 시인들은 때로는 시 한 편을 끝까지 읽고 또 때로는 하나의 시를 행마다 번갈아 읽으며 리듬과 이미지를 주고받았다. 객석은 숨죽인 채 시인들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김혜순 시인은 “시는 예술적인 일어섬”이라고 했다. “시는 거대 담론도 아니고, 구체적인 방향 제시도 아닙니다만, 그런 것을 하려는 어떤 의지의 발현이고, 그것에 대한 예술적인 일어섬입니다. 이 시들을 쓰면서 시라는 장르가 수행할 수 있는 담론과 맞붙은 어떤 이미지와 리듬의 일어섬에 대하여 생각했습니다.”
 
한편 이번 낭독회는 아르코 문학주간 폐막식이었다. 2025 문학주간은 ‘도움닿기’란 주제로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가을 하늘 아래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학을 즐겼다. 
 
김혜순 시하다-신작 시집 낭독회의 참여 시인들 오른쪽부터 김혜순 유선혜 안태운 신해욱 황유원 김상혁 시인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혜순, 시하다-신작 시집 낭독회'의 참여 시인들. 오른쪽부터 김혜순, 유선혜, 안태운, 신해욱, 황유원, 김상혁 시인.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