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교 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되면서 일본에서도 통일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 총재가 구속된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며 향후 일본 교단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공영 NHK 방송은 한 총재가 23일 새벽 구속되자 관련 사실을 발 빠르게 보도했다. NHK는 "한국의 특검은 (통일교가) 교단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주변에 접근하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NHK는 한 총재 구속과 관련해 통일교 일본본부가 낸 입장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본부는 "한 총재는 9월 17일 특검에 스스로 출두하는 등 수사에 진지하게 협력하고 계신다"며 "변호단은 한 총재가 고령이라는 점, 심장 관련 시술을 받아 요양이 필요하다는 점,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전혀 없음을 호소했지만 그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이런 사태가 된 것은 정말로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아사히신문은 통일교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스즈키 에이트 씨를 인터뷰하면서 향후 일본본부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보도했다. 스즈키 씨는 "교단의 일본 조직은 한국 본부로부터의 상명하달 구조"라고 짚으며 "(한 총재) 구속으로 인해 지휘 체계의 혼란으로 교단 운영에도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는 일본 내 교단 내부의 결속이 강화될 수 있지만 이후에는 탈퇴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통일교가 미국과 옛 소련 등 과거 거물급 정치인의 교단 지지 동영상을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여러 언어로 내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 총재의 구속으로 위기감이 깊어지는 가운데 교단이 위대하다는 인상을 신자들에게 주면서 단합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본에서 통일교는 2022년 7월 8일 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통일교 신자 아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범인은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의 기부를 한 탓에 가정이 파탄났고, 그 배후에 통일교와 아베 총리와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자민당과 통일교 간 접점이 잇따라 드러났고 자민당이 가진 보수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는 계기가 됐다.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올해 3월 일본 정부의 청구에 따라 통일교에 대한 해산을 명령했고, 일본 통일교는 상급법원에 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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