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애국·역사·스릴 어우러져" 대륙 강타한 첩보물 '침묵의 영광'

  • 대만 사상 최고 공산당 간첩 '우스'

  • '대만 해방'에 희생된 영웅으로 조명

  • 중국인 통일의식·애국심 고취

대만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 스파이들 비밀공작 활동을 다룬 드라마 침묵의 영광
대만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 스파이들 비밀공작 활동을 다룬 드라마 '침묵의 영광'

중국 베이징 시산(西山)의 무명영웅기념광장에 세워진 우스(吳石), 주펑(朱楓), 천바오창(陳寶倉),녜시(聶曦)의 석상. 과거 대만에 침투해 비밀 공작 활동을 펼쳤던 중국 공산당 대표 특공요원 4명의 석상이다. 그런데 최근 이 석상에 헌화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영중앙(CC)TV-8, 아이치이가 방영한 TV드라마 '침묵의 영광(원제:沈默的榮耀)'이 중국 대륙에서 인기몰이하면서다.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둔 9월 30일 방영을 시작해 지난 19일 종영된 이 드라마는 신중국 건국 전후 대만에서 은밀하게 벌어졌던 중국 공산당 스파이의 실제 공작 활동을 다뤘다.

역사 속 인물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대만 역사상 최고의 공산당 간첩 사건 '우스 사건'을 재현한다. 각본은 중국 국가안전부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지도 하에 집필됐다. 

중국 광전총국 산하 시청률 집계기관(CVB)에 따르면 황금시간대 시청률이 최고 3%가 넘는 등 각종 통계 데이터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인들은 열광하고 있다.

‘밀사(密使)1호’라는 암호명으로 대만 국방부 참모차장까지 지냈던 중국 공산당 최고 정보요원인 우스(위허웨이 분)가 드라마 주인공이다. 국민당의 중국 본토 철수와 함께 대만으로 넘어온 그는 여성 정보요원 주펑(우웨 분), 대만 국방부 중장 천바오창(나즈둥 분), 부관 녜시(웨이천 분) 등 동료 요원들과 정보망을 구축하고 긴밀히 협력해 대만에서 대량의 군사 기밀을 중국 본토로 전달한다.

하지만 당시는 국민당이 중공 지하요원을 소탕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등 백색테러가 만연하던 때였다. 결국 체포된 대만 공작위원회 서기 차이샤오간의 자백으로 신분이 발각된 우스를 비롯한 주펑·천바오창·녜시 등은 공산당 간첩 혐의로 처형됐다.

중국 공산당 요원들의 국민당 정보부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전은 마치 영화 ‘무간도’를 1950년 대만으로 옮겨 놓은 듯하다. 당시 1949년 중국 공산당의 '대만 해방' 계획 아래 1500명이 넘는 고위 간부들이 비밀리에 대만에 잠입해 스파이 활동을 펼쳤고, 1950년대에만 약 1000명의 요원들이 공개재판을 받고 처형됐다고 전해진다.

특히 드라마는 오늘날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에 극도로 긴장감이 돌고 있는 배경 속에서 방영돼 중국인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는 우스를 비롯한 공산당 특공요원들을 대만 해방과 국공내전 종식을 위해 목숨을 바쳐 용감히 싸우다 희생된 영웅으로 집중 조명한다. 현대 중국인의 ‘통일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라마 말미 우스가 처형되기 직전 '대만은 반드시 돌아온다'라는 의미의 '대만필귀(台灣必歸)'라고 외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최근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이 군대·정치권·사회 각계에서 활동 중인 중국 공산당 간첩 색출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도 이 드라마는 민족 통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공개적으로 기리며 강력한 통일 지지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했다.  

치둥타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합조보에 "중국 입장에선 이 드라마를 지금 방영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며 “국가 정의와 대만 통일을 강조하는 중국 본토의 주요 정책과 부합한다”고 짚었다. 그는 대만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가 "중국 공산당 동지들이 대만에서 희생하고 공헌했다"는 주제를 통해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통일의식을 더욱 높임으로써 대만 통일을 촉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반면 ‘침묵의 영광’ 열기를 바라보는 대만 정치권의 심경은 복잡하다. 민진당은 그간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넘어와 백색테러를 명분 삼아 무분별한 살육을 저질렀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공산당 간첩을 영웅화한 이 드라마가 대만인들 사이에서 인기몰이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하며 이를 중국 대륙의 또 다른 통일전선 공작의 하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반면 드라마의 흥행으로 과거 장제스 정권의 '반공' 기치 아래 학살이 자행됐던 '흑역사'를 다시 소환할 수 밖에 없는 국민당으로선 중국 대륙이 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민진당이 과거 기밀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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