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 영업이익은 1조1479억원이었다. 국내 49개 증권사 중 하위 15개사 영업이익 합계(약 1조3000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추세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 수 있는 비교치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위기다. 자기자본 기반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과 대형 증권사 간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9곳 2분기 영업이익은 총 6조42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3.63%에 달한다. 극심한 양극화다.
수익성 지표도 극과 극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는 ROA가 1.6%로 우수했지만 3조원 미만인 중소형사는 1.0%에 그쳤다. ROA는 기업이 보유한 총자산을 활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이익을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중소형사는 주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대형사가 역대급 이익을 내면서 호황인 분위기와 달리 중소형사는 점포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자본 조달도 쉽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사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다. 후순위채를 발행을 통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관리하고 있지만 조달 금리가 높고 잔존기간이 5년 미만인 시점에서부터는 자본 인정 비율이 20%씩 감소한다. 신종자본증권 역시 수요가 높지 않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신용등급 하향도 겪었다. 나신평은 지난 4월 다올투자증권 기업신용등급·단기신용등급을 각각 기존 A·부정적, A2에서 A-·안정적, A2-로 내렸다.
일부 회사는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 조달도 어려운 실정이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증권사도 있다. 다올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자증권 주가는 액면가를 각각 30.00%, 29.00%, 30.30% 밑돈다. SK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액면가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상법상 주식은 액면에 미달하는 가액으로 발행하지 못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법원 인가를 얻어서 주식을 액면 미달 가액으로 발행할 수는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액면가 이상에서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남은 이익을 통해 자본을 쌓거나 외부 조달이 어렵다 보니 자본 확충 속도는 더디다. 유안타증권은 2014년 10월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11년간 자기자본이 9044억원에서 1조6003억원으로 약 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곽노경 나신평 연구원은 "중소형사의 시장 지위와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고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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