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재개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더 늦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연내 재개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ELS 판매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은행권에서도 ELS 판매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8월 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9월부터 판매를 재개하려 했으나 조직개편과 국정감사 일정 등이 겹치면서 관련 논의가 후순위로 밀렸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전용 상담실을 설치하고 판매 절차를 강화할 수 있도록 내부 인프라 구축에 가이드라인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인 거점점포 지역·수와 투자자 보호 강화책, 판매 절차 개선 방안 등을 함께 담을 예정이다. 가이드라인 윤곽은 어느 정도 잡혔지만 일정이 연기되면서 통보 시점이 미뤄진 것이라 가이드라인 발표는 국감 직후인 11월에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판매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ELS 판매가 시작되면 5대 시중은행에서는 점포 10%가량을 거점점포로 지정하고 ELS 판매를 위한 별도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기준에 따른 점포 선정과 전산 시스템 정비, 직원 교육 등까지 포함하면 준비 기간은 1개월 안팎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 일정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령과 금융감독원 감독규정,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준칙 개정안 등이 입법예고됐는데 효력 발생까지는 3개월이 걸린다. 은행 내부 통제 절차가 과거보다 까다로워진 만큼 실제 판매 속도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다만 ELS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은행권에서 과거와 같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현재 홍콩 H지수는 9000 수준으로 추세상 상단권에 위치해 있어 조정 가능성이 강해지고 있다. 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조단위 배상금을 지불한 상처가 있는 은행으로서는 적극적으로 ELS에 뛰어들기 좋은 환경은 아닌 셈이다.
시중은행의 ELS 수수료 수익은 전체 당기순이익 중 1% 안팎 수준에 불과해 수익 기여도 측면에서도 핵심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불완전판매 꼬리표가 달려 있는 ELS 판매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ELS 판매를 고민하는 것은 판매할 수 있는 파생 상품 중 그나마 ELS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안정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 예·적금을 제외하면 ELS 외에 대체할 수 있는 파생형 수익 상품이 사실상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는 없다"며 "위험성이 있는 ELS 대신 방카슈랑스, 펀드 등 다른 투자성 판매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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