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법리 충돌…"형량 충분" vs "수천억 배임 검증 막았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20251110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2025.11.10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을 두고 항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검찰 안팎으로 법리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대검찰청은 “형량이 충분하다”며 항소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검사들은 “수천억 원대 배임과 일부 무죄 판단이 확정됐다”며 반박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0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됐고, 항소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며 “법무부가 지시를 내린 적은 없고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7년이 선고돼 검찰의 공소취지가 상당 부분 인정됐다”며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8일 입장문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의견과 법무부 의견을 참고해 판결 내용·항소 기준·사건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항소 제기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항소 기준상 ‘양형 부당’이나 ‘법리 오인’ 사유가 명백하지 않은 데다, 실형이 구형 이상으로 선고된 만큼 항소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죄가 선고되고 형량이 충분하면 항소 사유가 약하다”며 “불필요한 항소는 오히려 검찰의 절제성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수사·공판 실무 검사들은 “상급심 법리 검증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9일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누락된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느냐”며 “그 결과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 원의 범죄수익이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1심 재판부는 유동규 전 본부장 등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주장한 ‘성남의뜰 배당 구조상 성남시의 손해액’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청구한 총 7886억 원의 추징 중 473억 원만 인정됐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 판단과 추징액 규모는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돼, 항소심에서 형량이나 추징액을 늘릴 수 없다. 이로써 검찰은 상급심에서 배임액 산정 기준을 다시 다투거나 법리 판단을 바로잡을 기회를 잃었다. 이에 대해 천영환 울산지검 검사는 “수사·공판팀이 만장일치로 항소 결정을 내렸는데 대검이 이를 뒤집었다”며 “국민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스스로 방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의 법리 통일 기능과 국고 환수 원칙이 흔들렸다는 비판과 함께, 무분별한 항소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평가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검찰의 항소 포기에는 기계적 항소 관행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지만, 배임·무죄 판단이 상급심 검증 없이 확정된 점은 아쉽다”며 “검찰권 절제와 법리 검증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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