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혁신을 저해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규제의 늪'에 빠지는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기업 스스로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자조가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상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주요 법안 곳곳에 기업의 규제 누증 구조가 고착화돼 경영의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스타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단순 행정실수나 경영판단으로 과도한 중복 처벌에 처해지는 기업인 사례는 많다. 실제 도매업체에서 화장품을 납품받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A사 대표는 화장품 라벨이 일부 훼손된 제품을 판매했다가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해질 위기다.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자가 직접 라벨을 제거하지 않더라도 기재, 표시 사항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보관 또는 진열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내용물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라벨 손상 자체가 화장품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공정거래법 자료를 누락해도 최대 징역 2년에 처해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 담당자인 B씨는 동일인의 특수관계인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혈족 4촌과 인척 3촌 범위를 확인해 이들의 주식 소유 현황을 조사해야 했지만 개인정보 제공 거부 및 연락 두절로 자료를 누락했다. 이때 B씨와 소속 기업은 자료 허위 제출로 인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00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관계자는 "K-뷰티 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성장하며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화장품법 처벌 규정은 법무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 또는 창업 초기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기업 현장에서는 실무자의 단순 업무 착오, 친족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 의도치 않은 자료 누락 사례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례가 많아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경협이 기업 활동과 관련성이 높은 346개 경제법 위반 행위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8403개 법 위반행위가 징역,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1.6%에 해당하는 7698건은 실제 법 위반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이다.
한경협은 징역과 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 처벌을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이 전체 중 33.9%에 해당하는 2850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중 제재 1933개(23.0%) △3중 제재 759개(9.0%) △4중 제재 94개(1.1%) △5중 제재 64개(0.8%) 순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인다"면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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