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지난 9월 24일 개봉 이후 추석 연휴 동안 10·20대 관객을 중심으로 상위권을 지키며 흥행에 불을 붙였고 방학·수능 시즌을 거치며 꾸준히 관객을 더해 현재 누적 관객 312만 3587명을 기록 중인 장기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차를 두고 관객이 서서히 쌓이는 구조 속에서 N차 관람이 더해지며 상영은 일반관을 넘어 4DX·스크린X 등 기술 특별관으로 넓어졌다. 국내 4DX 일본 애니메이션 기준으로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 이어 역대 2위, 글로벌 4DX 일본 애니메이션 기준으로는 4위에 오른 성적이다. 국내 4DX 평균 객석률도 51%로 일본(36%)보다 높게 집계돼, 일본 애니메이션이 체험형 관람 방식과 결합하며 10·20대 팬덤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은 영화 '8번 출구'로 이어졌다. 10월 22일 개봉한 '8번 출구'는 무한 루프의 지하도에 갇힌 남자가 반복되는 통로 속 '이상 현상'을 찾아 8번 출구를 통해 탈출하려는 이야기로,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190만 회를 기록한 동명 공포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단순한 '틀린 그림 찾기' 규칙 위에 영화적 서사를 덧댄 형식이 젠지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통했다. 개봉 4주 차 현재 누적 관객 40만 명을 넘어 2025년 국내 개봉 일본 실사 영화 중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 초청 이력이 더해지며 게임·애니 팬덤과 일반 관객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반기 일본 실사 영화 흐름을 잇는 작품으로 '국보'와 '여행과 나날'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1월 19일 선보이는 '국보'는 혈통과 신분의 벽을 넘어 가부키의 정점에 오르는 남자의 생을 그린 작품으로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일본에서는 개봉 10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 1200만 명, 흥행 수익 170억 엔대까지 올라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일본 대표 출품작 선정 등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RE: 프리미어 상영회를 통해 사전 관객을 먼저 만난 뒤 정식 개봉에 나선다.
12월 10일 개봉하는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은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화제작으로 심은경과 츠츠미 신이치가 호흡을 맞춘다. 어쩌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각본가 '이'가 설국의 여관에서 보낸 며칠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으로 츠게 요시하루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서정적 결이 강점이다. 미야케 쇼 감독이 직접 내한해 서울독립영화제 마스터클래스와 GV 등을 진행할 예정. 일본 예술영화를 꾸준히 찾아온 고정 관객층과의 접점을 넓힐 전망이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과 '8번 출구'의 흥행으로, 하반기 극장가에서 일본 IP가 일정 규모의 고정 관객층과 흥행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황이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순번으로 향한다. 11월 '국보', 12월 '여행과 나날'이 이 바통을 이어받아 어느 수준의 성과를 거둘지 애니메이션·게임 등 원작 기반 IP가 만들어 놓은 흐름이 작품성과 화제성을 겸비한 실사·예술영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객과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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