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피지컬 AI 속도전'…전문가들은 "과대평가" 경고

  • 가정용·서비스용 로봇, 제조 원가 수천만 원

  • "국내 시장, 공간·인구·시장 등 3박자 모두 부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피지컬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고유의 제조 기술과 피지컬 AI를 결합해 산업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미국, 중국 등이 주도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차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정부와 산업계가 피지컬 AI를 차세대 제조·물류 혁신의 핵심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전북대를 '피지컬 AI 핵심기술 실증' 국가 시범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했다. 전북대는 국내 최초로 대학원 과정에 ‘피지컬AI 융합공학과’를 신설한다. 교내에는 약 1000평 규모로 로봇 실증 공간을 마련해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 시스템 등을 실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국내에 125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AI·로봇 등 미래 신사업에는 50조5000억원이 투입되며,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로봇 제조 공장 설립이 핵심이다. 특히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 개발 능력 확보가 주요 목표다.

네이버는 자사 클라우드 생태계 내에서 로봇을 자유롭게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MIT와 협력해 개발한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미니노이드’를 DAN(단) 콘퍼런스에서 공개하면서 로보틱스·모빌리티 전략을 본격화 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숙련 노동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국내 대형언어모델(LLM)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만큼 전처리·물류·고객 응대 등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기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기존 로봇이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반해 피지컬 AI는 돌발 변수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센서·로봇·사물인터넷(IoT) 등과 연동해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인간의 개입 없이 공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다.

미국, 중국의 빅테크들은 산업현장을 넘어 휴머노이드형 로봇에 AI를 탑재하고 있다. 산업 현장을 넘어 가정에서도 인간 고유의 영역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겠지만 미국, 중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시장도 작고, 산업용이라는 제한된 환경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아 기대한 만큼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피지컬 AI에 투자하는 기업 대다수가 현재는 생산 현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될 것”이라며 “어젠다 선점을 위해 피지컬 AI를 선언적으로 차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과한 기대를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 역시 "피지컬 AI는 현실 공간에서 적용하는 것이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산업과 인구가 서울에 집중돼 공간·인구·시장 등 3대 핵심 요소가 모두 부족하다"며 "기업들이 큰 기대를 갖고 투자하고 있지만 공장 등 제한된 산업 영역 외에는 적용하기 어려워 빠른 속도로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