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관계자 "尹, '중화기 노출시켜 공수처와 경찰에 압박해야 한다'고 말해"

"尹, 지난 1월 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에 '위력 순찰' 지시"

"공중으로 특공대 오면 '대공 화기' 관련해 尹-김성훈 논의"

법정 들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체포·수색 영장 집행을 앞둔 시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위력순찰을 지시했다는 경호처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9차 공판에서 김모 전 대통령경호처 정보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부장은 재판에서 지난 1월 11일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부장급 이상 인사들을 대상으로 오찬을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오찬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특검 측 질문에 "전직 대통령이 주선하는 오찬에 참석해 본 적은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오찬을 주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위력순찰'을 직접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부장은 오찬 당시를 설명하며 "전반부에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검사 시절 이야기 등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경호처 직원들을 위로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경호 관련 이야기들을 하며 위력순찰과 무장 등의 내용을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산책을 나가니 화면에 잡히던데 경호처에 중화기가 있냐. 순찰 나갈 때 장비로 사용한다면 언론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텐데 이러면 공수처와 경찰에 압박감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중으로 경찰 특공대 헬기가 동원되는 것을 대비해 윤 전 대통령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사이에선 '대공 화기' 얘기가 오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장은 "대통령이 '위협 사격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김 전 차장과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김 전 부장 증언 흔들기에 나섰다.

송진호 변호사는 '무장하거나 체포용 타이 구매를 직접 지시하는 걸 본 적이 있냐', '중화기라는 단어를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차장이) 사용한 적이 있냐' 등의 질문을 했고, 김 전 부장은 "중화기라는 취지로 이해를 했다"고 답했다.

오후에 이어진 재판에서는 증인이 출석하지 않았고, 체포·수색 영장 1차 집행 시도 당시 채증된 영상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특검이 제시한 영상에서는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을 비롯한 김 전 차장, 이광우 전 대통령경호처 본부장 등 당시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저지하고자 했던 주요 인물들이 등장했다.

영상에는 이대환 공수처 부장검사가 영장 집행 1차 저지선이었던 한남동 관저 1정문 인근에서 이 전 본부장에게 영장을 제시하는 장면이 나왔고, 이 전 본부장은 "난 봐도 모른다"고 말하며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온몸으로 막는 장면이 나왔다.

이후 공수처와 검찰, 경찰 수사 인력들이 45인승 버스와 카니발 차량으로 설치된 차벽을 뚫고 넘어오자 55경비대 병력이 김 전 차장 지시로 인간장벽을 구축하며 영장 집행을 막는 장면도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수처의 체포·수색 영장 집행 시도에 대통령경호처를 이용해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3일 공수처의 1차 집행은 경호처의 저지로 무산됐으나 이후 같은 달 15일 진행된 2차 집행에서는 경호처 직원들과 군 병력의 소극적 대처로 윤 전 대통령 체포가 이뤄진 바 있다.

한편 이날 법정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눈을 감거나, 변호인들과 귓속말을 나누는 등 경호처 간부의 증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그는 김 전 부장에 대한 증인심문이 끝나자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이석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가 이를 승인했고 오후 2시 46분쯤 퇴정했다.

방청석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다수 배석해 윤 전 대통령을 응원하다가 법정 경위들과 한바탕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