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테크] 원화 약세에 외국인 '바이 코리아'…'고환율 수혜株' 주목해야

  • 외인 이달 코스피 11.3조 순매도

  • 차·조선·전력장비 등 환차익 기대

  • 항공·여행은 달러결제 구조 부담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가 지난 7일부터 줄곧 1450원을 상회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쉽게 진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고환율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한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11조293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3조6502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이달 들어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부담이 커지면서 순식간에 매도세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 증가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서 3분기 말 기준 내국인의 해외 투자를 의미하는 대외금융자산은 2조7976억 달러로 전 분기 말(2조6818억 달러)보다 1158억 달러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 원인 중 직접투자,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4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기조가 지속되면서 구조적인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근본 원인은 달러 강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연준 위원들은 12월 1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한 달 전 대비 절반 수준인 43.6%(17일 기준)로 낮아졌다. 여기에 더해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달러 단기 유동성 우려, 재정 확대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연간 평균 1400원대'라는 초유의 고환율 국면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연말 1500원 선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고환율이 유지될 전망이며 14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하면 1500원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도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출 업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는 자동차가 꼽힌다. KRX 자동차 지수는 원·달러 환율 종가가 1450원을 넘어선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3.26% 상승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대 이상에서 유지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유리한 수출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는 달러당 환율이 100원 오를 때 각각 연간 2조2000억원,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북미 전력망 사업으로 실적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는 전력기기·건설장비 업체들도 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이 75.4%, HD현대인프라코어는 82.4%에 달한다. 유럽권으로 수출 물량이 많아진 방산주와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받는 타이어주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선박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는 조선주 역시 고환율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이달 들어 7일 51만1000원에서 19일 57만4000원으로 12.33% 상승했고, HD현대미포(10.46%), 대한조선(14.02%) 등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고환율 효과에 더해 최근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발표되면서 조선업 협력 확대 기대가 커진 점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업종 중에서는 CDMO(위탁생산)와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의약품 매출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129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우호적인 환율과 1~4공장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셀트리온 역시 원화 약세가 수출 기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환율 상승 국면에서 부담이 커지는 업종도 있다. 항공·여행주는 전통적으로 원화 약세에 취약하다. 특히 항공사는 전체 매출원가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항공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과 유가 상승이 겹치면 비용 부담 증가 폭이 커진다. 항공기 리스료와 공항 이용료 등 주요 고정비도 대부분 달러로 지급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여행주 역시 강달러 환경에서는 해외여행 수요가 둔화하는 경향이 있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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