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쩐의 전쟁] 내년 반도체 예산 'F학점'···민간 자금 밸브도 '꽉'

  • 2026년도 반도체 예산 4685억원 편성···보조금 '0원'

  • 일본, 반도체 지원 및 R&D 8조원 투자···한국의 1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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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정부가 내년도 반도체 산업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두 배 늘렸지만 미국·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등 하이테크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변모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와 통 큰 지원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24일 국회에 계류 중인 '2026년도 산업통상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산업부 소관 반도체 분야 육성 사업 예산은 총 4685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2323억원)보다 갑절 늘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양과 질 모두 'F 학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조 원대 현금성 지원을 쏟아붓는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해 여전히 예산 전략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라피더스에 연내 9400억원, 내년 1조4000억원을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별도 편성된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액 5조9000억원까지 더하면 내년에만 8조원 넘는 나랏돈이 반도체 산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편성한 예산 규모 대비 17배다.

미국 역시 지난 8월 인텔에 약 1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보조금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정부의 내년 반도체 예산 4685억원 중 직접 보조금은 '0원'이다. 대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한 탓이다. 반도체 예산 세부 사업을 살펴보면 반도체아카데미 운영(86억원)를 비롯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첨단장비 공동 이용지원(133억원), 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펩 대상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비(1157억원)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간접' 예산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 완화에도 소극적이다.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모펀드 소유 및 지배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지난 20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기업성장포럼에서 "기업이 원하는 건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다"면서도 "AI, 반도체 산업과 같은 대규모 투자 숙제를 해낼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은 금산분리 완화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지난 21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필요한 자금이 10년 동안 수백조 원인데 이게 어렵다고 해서 금산분리 규제를 허무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며 "다른 대안이 있으면 그 대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외곽' 투자만 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가 반도체  지원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하루빨리 바꾸지 않는다면 세계 기술력 1위 자리를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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