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주요 국가들도 AI 신약 플랫폼 구축과 투자에 잇따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7일 미국 벤처캐피털(VC) 디파인벤처스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경영진 70%가 AI 도입을 시급한 우선순위로 꼽았다. 최근 글로벌 상위 20위 제약사 중 16곳을 조사한 결과다. 특히 상위권 제약사는 해당 비율이 85%에 달했다. AI가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반 이상 줄여주기 때문이다.
딜로이트 미국헬스솔루션센터가 조사한 결과 AI와 자동화를 도입한 바이오기업 30%가 비용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27%는 신약 발견이 빨라지는 것을 경험했고, 16%는 개발 후기 단계에서 실패율이 줄었다고 답했다.
편제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생명과학·헬스케어부문 리더는 "AI와 데이터 기반 미래형 실험실은 글로벌 제약 산업에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를 통해 R&D 속도·정밀성·생산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효용성에 주목한 주요국들은 수년 전부터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정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7년 국가 차원에서 AI 신약 개발 '아톰(ATOM)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정부 출연 연구기관·제약사·병원이 손잡고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일본 정부도 2017년부터 신약 개발에 특화한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정부 산하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 주도로 일본 주요 대학병원과 제약사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다.
중국은 2020년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AI 활용을 전면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엔 바이오의약품에 AI를 접목한 약물 개발에 돌입했다. 올해 내놓은 '제약 산업 디지털·지능화 전환 구현' 5개년 계획에선 AI 신약 개발을 공식적인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AI 신약 개발이 글로벌 경쟁국보다 다소 늦었지만 적시 지원과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규제 완화와 병원·기업의 데이터 개방 확대, AI 스타트업 증가 등으로 AI 신약 플랫폼에서 글로벌과 한국 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에서 가장 핵심은 임상 데이터"라며 "분산된 정보를 통합·활용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부처별 플랫폼 중심 접근을 고집하기보다 민간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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