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창간 1주년 포럼 기조연설…“Be smart, be bold, know your region” 제시
손지애 이화여대 객원교수(전 CNN 서울지국장·전 아리랑TV CEO)는 2일 “미국 소프트파워가 약화되면서 아시아 미디어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아주프레스(AJP) 창간 1주년 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 민주주의 경험과 글로벌 뉴스 지형 변화를 짚으며 “대안적 서사를 만들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극단, 쏠림, 디지털 전환의 시대와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주한 외교단과 학계, 언론계, 산업계 인사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AJP 창간 1년을 돌아보며 아시아 시각을 전면에 세운 보도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향후 어떤 네트워크와 협업이 요구되는지를 함께 점검하는 자리였다.
손 교수는 1995년 CNN 입사 당시를 회고하며 “최종 면접에서 들은 말은 단 한 문장, ‘공정하라’였다”며 “기사를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나는 공정했는가’를 묻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CNN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전직 대통령의 재판과 구속,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연이은 당선을 지켜본 경험을 소개하며 “세계는 한국식 민주주의의 현실화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미디어 지형이 뒤집힌 순간으로 꼽았다. “며칠 만에 시민 영상이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본사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며 “특파원이 뉴스 기준을 정하던 시대가 끝났음을 그때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리랑TV CEO 시절에는 국가 이미지와 저널리즘 사이에서 치열한 내부 논쟁을 겪었다며 “결국 기준을 지키면서도 한국의 관점을 설명하는 균형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여전히 우리는 이웃 국가의 일을 서구 언론을 통해 배우고 있다”며 아시아 미디어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하는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래플러(Rappler) 등 지역 매체의 성장을 변화의 신호로 짚었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내러티브는 일관성을 잃었고 브랜드는 독성을 띠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아시아가 스스로를 설명해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그는 AJP가 나아갈 방향으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는 저널리즘의 가치와 윤리를 공유하는 ‘Be smart’, 둘째는 틈새와 새로운 형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Be bold’, 셋째는 아시아라는 시장과 독자를 깊이 이해하는 ‘Know your region’이다. 손 교수는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지역”이라며 “자기 지역을 이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AJP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2주년, 3주년에는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박한우 영남대 교수 강연과 전문가 패널 토론이 이어지며 극단화·여론 쏠림·디지털 전환기 미디어의 책임과 균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됐다. 토론 세션에서는 손 교수와 박한우 영남대 교수, 이병종 카이스트 교수, 서혜승 AJP 편집국장이 패널로 참여해 현장의 고민과 해법을 공유했다. 현장에서는 질문과 토론이 또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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