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은, 올해 유통용 동전 발주 '제로'… '동전 없는 사회' 첫발

  • 지난해에도 10원화 제외 주화 미발주

  • 금융기관 공급 주화 규모도 매년 급감

  • 한은 "신규 발행 아예 중단 의미는 아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한국은행이 유통 목적의 신규 동전(주화)을 단 한 건도 발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화폐 이용 구조가 사실상 ‘동전 없는 사회’로 전환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올해 한은은 한국조폐공사에 유통 목적의 신규 동전을 단 한 건도 발주하지 않았다. 한은이 연간 유통용 주화 발주를 ‘제로(0)’로 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화폐는 매년 말 한국은행이 다음 해 유통 수요를 예측해 조폐공사에 화종과 수량을 발주하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발주는 보통 유통 목적의 동전과 현용주화세트 등 홍보용 동전으로 나뉜다. 

앞서 한은은 2006년 1원과 5원 주화 발행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10원화를 제외한 50원·100원·500원 주화는 유통 목적으로 발주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유통 목적 주화는 발주하지 않았고, 현용주화세트와 같은 홍보용으로만 주문했다”며 “지난해에도 유통 목적으로는 10원화만 발주했고 나머지는 홍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유통 목적의 신규 발주 중단은 기존 재고만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은이 금융기관에 공급한 주화 발행 규모는 뚜렷한 감소 추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주화 발행액은 △2021년 292억7600만원 △2022년 258억9800만원 △2023년 135억6300만원 △2024년 102억4200만원으로 해마다 급감했다. 

화종별로 보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특히 10원·50원 주화를 중심으로 공급 규모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다. 올해 5월 한 달 동안 10원 주화 발행액은 1700만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개수로는 170만개에 그친다. 50원 주화 역시 올해 6월과 10월 각각 1600만원(32만개)에 머물며 신규 발행 위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비현금 결제 확산으로 동전 사용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신용카드·체크카드와 모바일 결제 등 현금 이외 지급 수단이 보편화된 데다, 물가 상승으로 액면가가 낮은 주화의 실질 가치와 활용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최근 동전 발권은 새로 찍어내기보다 환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50원 주화는 지난 10월 환수액이 1억800만원으로 같은 달 발행액(1600만원)의 6배에 달했다. 시중에 풀리는 속도보다 회수·축소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전은 현재 수요가 적어 환수 위주로 관리되고 있다”며 “환수 물량이 많고 재고가 충분해 기존 재고만으로도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내년에도 동전 신규 발주가 다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다만 한은은 완전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도 발주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동전 발주를 많이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 제조는 가능하며 앞으로 신규 발행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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