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방향성을 두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 변동성도 높아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쫀쫀한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만기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머니마켓펀드(MMF) ETF, 커버드콜 ETF 등이 대표적인 피난처로 부상했다.
11일 코스콤 CHECK ETF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자금 유입이 가장 컸던 ETF는 'KODEX 26-12 금융채 만기매칭형 채권'이다. 이 기간 1조1075억원이 유입됐다. 이 ETF는 만기매칭형 채권 상품으로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하면 예상했던 원금과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점 때문에 예·적금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킹형 상품으로도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로는 5238억원이 유입됐다. 이 ETF는 국내 최초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다. CD 1년물 금리를 일할 계산해 매일 복리로 반영하며 기간이나 조건 없이 단 하루만 투자해도 CD 1년물 하루 금리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1Q 머니마켓액티브'에도 2491억원이 유입됐다. 머니마켓 ETF는 국공채, 단기채, CD,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은행 예금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MMF와 유사하지만 MMF의 경우 환매에 하루가 걸리는 반면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 CMA나 MMF 대비 유동성이 높고 금리 수준에 따라 일 단위 수익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구조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즉각적 진입·회수가 가능한 MM ETF는 단기 자금 관리 수단으로서 활용도가 높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단기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점도 MMF ETF의 매력을 강화한 요인이다.
변동 장세 속에서 커버드콜 상품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1개월 동안 개인 투자자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을 약 899억원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주 단위 콜옵션 매도를 통해 연간 약 15% 수준의 옵션프리미엄 수익을 추구한다. 지난달 12일 순자산이 1조5000억원을 넘긴 뒤 현재 2조원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지수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상승장에서 수익 상단이 제한되는 대신 횡보장·약상승장에서 안정적인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높은 변동성 장세에서 기초지수에 그대로 노출되기보다 일정 부분 헤지된 구조를 통해 일정한 수익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배당·프리미엄이라는 두 축의 수익원이 존재한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수요는 미국 기준금리의 경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시장 예상대로 인하한 것이지만 내년 금리 전망은 안갯속에 빠졌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3.4%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과 동일하다. 내년 말 예상치와 현재 금리를 고려하면 내년에도 한 차례의 0.25%포인트 인하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FOMC 위원 간 견해차가 커 내년에 금리 인하 여부와 그 수준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전히 높은 물가와 실업률 증가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둘지 연준 내부에서 이견이 두드러졌고,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는 새 의장이 연준을 이끌게 돼 기준금리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기준금리 역시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요동치는 구간이 길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77.1원까지 뛰었다.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환율도 하락했으나 여전히 146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 한국은행의 동반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년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까지 서울 등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는 더 어려워진다.
이 같은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고위험 자산군의 변동성을 감내하기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올해 상반기와 달리 안정적 상품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다. 성장주·테마주에 쏠림이 나타나던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과 배당·프리미엄 기반 상품을 병행하는 전략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 유휴 자금이나 리스크 회피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환경에서는 이러한 자금 관리가 더 높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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