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가맹·플랫폼 등 민생 분야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고, 디지털·신성장 산업에 맞는 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공정경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19일 서울 정부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정부부처 주요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도급·가맹·기술탈취…'갑을 구조' 개선에 정책 역량 집중
먼저 공정위는 하도급 분야에서 '제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거래 환경' 조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급보증 의무 확대와 발주자의 대금 직접지급 실효성 강화,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의무화를 추진한다. 납품대금-원가 연동제 적용 대상도 기존 '주요 원재료'에서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한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작업중지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하도급업체가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원청이 성실히 협의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산업재해 빈발 업종과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불공정 하도급 관행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가맹 분야에서는 가맹점주의 창업·운영·폐업 전 단계에 걸쳐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공정위는 창업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계약 해지권을 구체화하는 한편, 신유형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점검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보호 감시관을 활용해 직권조사를 확대하고, 전문 조사 인력을 증원한다.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피해 기업의 입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아울러 익명 제보 활성화를 위해 접수 단계부터 제보자 신원 보호를 강화하고, 하도급·가맹·유통 분야 제보 사건은 전문 조사팀이 신속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의 단체행동 보장 방안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검토한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플랫폼·신산업 규율 강화…과징금 체계도 전면 손질
공정위는 디지털 시장에서는 독점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적극 감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모바일·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의 거래상대방 불이익 제공, AI·클라우드 분야로의 시장 지배력 전이 등 근원적 반경쟁 행위를 집중 조사·시정할 계획이다.
배달앱과 대리운전 등 플랫폼 시장에서는 최혜대우 요구·끼워팔기·불합리한 수수료 부과 약관 등 불공정 행위를 점검하고, 대리기사의 이중 보험 가입 등 과도한 비용 부담 관행 개선도 유도한다.
방위산업과 AI 활용 산업 등 신성장 산업에서는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정비한다. K-방산 분야에서는 경쟁 활성화와 진입 장벽 완화를 추진하고, 돌봄·안전 등 AI 접목 시 혁신 잠재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발전과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규제를 발굴해 개선할 방침이다.
플랫폼·입점업체 간 거래 안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디지털시장 입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한다. 공정위는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일관된 법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내외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와의 협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기업결합(M&A) 심사에서는 신속하게 심사·집행해 혁신 및 경쟁 생태계 구축을 지원한다. 석유화학·철강 등 산업 구조조정 과정의 M&A는 중소기업과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심사하고, 빅테크와 가상자산 플랫폼 등 혁신 산업에 대해서는 경쟁 제한을 예방하면서도 혁신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이와 함께 과징금 체계 전반도 손질한다. 반복 법 위반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을 강화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등 주요 위반 행위의 과징금 상한을 해외 수준에 맞춰 상향 조정한다. 필요할 경우 기업 총매출액 기준 과징금 부과도 검토하는 등 불공정 거래 억제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함께 성장하는 공정 경제'가 실현돼야 할 것"이라며 "사건 처리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해 국민 눈높이에서 쇄신하는 공정위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