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이상기후 복병에...내년 농축산 물가 '빨간불'

  • 비료·사료 가격 급등으로 생산비 급등 관측

  • 평년보다 따듯한 날씨 …꽃샘추위 오면 큰 피해

지난 4일 고기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모습
지난 4일 고기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환율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내년 물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이상기후 리스크까지 겹치며 먹거리 물가가 크게 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1476.3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평균값은 1457.77원으로 전년 동기(1393.38원) 대비 64.39원 올랐다. 정부가 꾸준히 구두개입과 외화수급촉진 대책을 내놓지만 아직 외환시장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당장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과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파인애플과 망고 소매가격은 개당 7552원, 6567원으로 평년 대비 18.5%, 20.4% 뛰었다. 바나나·자몽·체리 등 다른 수입 과일 가격도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냈다.

수입산 축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산 갈비살(냉장)은 지난 20일 기준 100g당 4744원으로 평년(3880원) 대비 22% 올랐다. 미국산 척아이롤(냉장)은 100g당 3675원으로 평년(3306원)보다 11.2% 상승했다. 수입산 삼겹살 가격도 100g당 1602원으로 전년(1440원)보다 11.3% 뛰었다.

올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국내 농산물 가격도 안심하긴 어렵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비료 수입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조단가 문제로 비료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며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겨울철 온화한 날씨도 물가의 또다른 복병으로 꼽힌다. 올 겨울 평균 기온은 대부분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일에는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20도에 육박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온화한 날씨는 농작물의 생육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온이 평년보다 과도하게 높으면 새순과 꽃이 조기에 나오는데, 3~4월 꽃샘추위가 닥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꽃이 얼어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거나 착과량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산 축산물 여건도 녹록지 않다. 국내 축산업에 쓰이는 사료용 옥수수와 콩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해 환율이 오르게 되면 곧바로 가격이 뛰는 구조다. 국제시장 가격도 변수다. 지난달 국제곡물시장에서 콩(대두) 평균 가격은 t당 401달러로 전년 동기(361달러)에 비해 11%가량 뛰었다. 

농업계 관계자는 "국내 농가에서 사용하는 비료와 사료는 대부분 수입이라고 보면 된다"며 "환율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가격 상승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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