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르면 2026년 1월 20일, 총 7기 원자로 가운데 6호기 1기의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원전 재가동을 선택한 배경은 분명하다.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라는 현실적 압박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전력의 60~7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수입 비용만 연간 10조 엔을 넘는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도 이런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지난해 10월 니가타현 조사에서 주민의 60%가 재가동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70%는 도쿄전력의 운영 능력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원전의 기술적 안전성만으로는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의 상처를 겪은 지역사회와 국민, 그리고 인접국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 공개와 검증, 지속적인 감시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원전 재가동은 언제든 사회적 갈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 논쟁에서 한국 사회 역시 자유롭지 않다. 전 세계가 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전제로 원전 재가동과 신규 건설을 병행하고 있지만, 한국의 원전 정책 논의는 여전히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관계 부처 업무보고에서 원전 정책 논쟁의 본질을 짚었다.
이 지적은 원전 논쟁이 어디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원전은 만능도 아니고, 금기일 수도 없다. 값싸고 안정적인 기저 전원이라는 장점과 함께, 사고 위험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라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이념적 대립이 아니라, 비용과 위험, 대안을 냉정하게 비교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다. AI 선도국을 지향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을 외면할 수 없고, 탈탄소를 말하면서 현실적인 전원 믹스를 회피할 수도 없다.
특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재가동은 국경을 넘는 문제다. 일본은 자국민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이웃 국가의 우려까지 충분히, 반복적으로, 검증 가능하게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외교적 배려 차원이 아니라, 안전 정책의 필수 조건이다.
동시에 한국 역시 남의 선택을 평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갖추고도 정책 신호가 흔들린다면 AI 시대의 전력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념을 걷어내고 과학과 데이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원전 정책 논의를 다시 세울 상식적인 출발점이다.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결단 자체가 아니라, 방향 없는 머뭇거림이다. 에너지 현실을 직시하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원전 정책 역시 현실과 신뢰를 동시에 붙드는 선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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