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문제에 유사시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중국과 일본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연초부터 중국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광물 무기화로 압박하자 일본은 포토레지스트 등 일본이 절대 우위를 가진 소재·부품·장비의 대중 수출 규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중국·일본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입장에선 이도저도 못할 '외통수'다. 지난해 교역량을 기준으로 중국은 1위, 일본은 3위다. 어느 한쪽과 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해 코스피 5000 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부장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실리콘 웨이퍼, 포토레지스트 등 일본에서 수입한 소재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만들어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 중 하나다.
반대로 전기차·발전기 모터와 배터리 등에 필수인 희토류나 각종 생필품은 중국에 기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산 값싼 석유화학 제품도 국내에 쏟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중국산 제품 품질이 낮다며 얕잡아보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가 없는 현대인의 삶은 사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국가 안보와 정권 지지율이 걸린 문제인 만큼 중국·일본이 극적으로 타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중국은 일본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동아시아 맹주가 누구인지 각인시키려 들 것이고, 일본은 미국·호주 등과 협력해 대중 포위망 구성에 더욱 공을 들일 전망이다.
문제는 조만간 양측이 한국에 어느 편을 들 것인지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벌써 중국은 한국에 다양한 유화책을 제시하며 한한령 이후 소원해진 한·중 관계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인 사나에 일본 총리도 한국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자제하며 한·일 경제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한국이 중국·일본과 관계를 적절히 조율하며 양측이 화해할 수 있도록 주선하면 좋겠지만 그런 동화 같은 일은 현실에 없다.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고 한국은 국익에 부합하는 게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관계가 소원해진 쪽에선 한국을 향해 경제적 보복이라는 칼날을 들이밀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아무런 대비 없이 그 보복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들 수밖에 없다.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찾고, 조용히 그리고 즉시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광물의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호주가 주도하는 핵심 광물·희토류 공급망 프레임워크뿐만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는 녹색 광물 이니셔티브와도 소통을 강화하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희토류 확보를 위한 협약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주요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일본과 관련 기술 격차가 있는 만큼 모든 소부장을 국산화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희토류·소부장 외에 다른 국가가 한국을 상대로 무기화할 수 있는 전략 자원이 무엇인지 찾고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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