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노동시간과 휴식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조종사와 승무원은 하루 비행 최대 9시간, 근무 최대 14시간(승무원 2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누적 비행 시간은 월 최대 100시간, 연 최대 1000시간으로 제한되며, 다음 비행 전까지 최소 10시간 이상의 필수 휴식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피로도 기준이 엄격한 이유는 비상 상황 발생 시 항공 근로자들의 상황 인식 및 판단력 저하가 자칫 대형 항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권고 때문이다. 실제 NTSB는 항공 사고 전수 분석을 통해 피로도와 대형 사고 간 연계성을 확인하고, 조종사·승무원들의 피로도를 음주운전, 항공기 고장 등과 유사한 수준의 위험 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제 항공 운항의 원칙을 제정하는 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각 항공사에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항공안전법과 개별 근로협약에 따라 항공사가 근무 스케줄을 자율 관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국내 항공사 가운데 FRMS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논의 중인 곳은 전무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도 FRMS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며 "인력 부족, 기준 부재, 운영 한계 등의 이유로 지금은 도입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중장거리 노선이 LCC로 대폭 이관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 에어프레미아는 인천~LA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새로 받았고, 올 상반기에는 인천~ 호놀룰루, 인천~뉴욕 노선도 대체한다. 티웨이항공 역시 인천~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서유럽 노선을 이관받았으며, 올 상반기부터는 인천~자카르타 노선 운영을 시작한다.
한 LCC 관계자는 "대형항공사 합병 이후 LCC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이 더 열악해졌다"며 "기업결합승인 조건인 '좌석공급유지' 의무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법정 최소 근무 인력만으로, 반면 인기가 떨어져 승객이 거의 없는 괌 노선 등은 승객과 승무원 수가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반복돼 위험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말 성수기에는 새벽 비행을 마치고 다음날 바로 비행에 투입되는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피로도를 호소하는 승무원들이 많다"며 "연차가 두 달째 반려돼 너무 힘들 때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생리휴가나 가족돌봄휴가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진에어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초 90%에 육박했던 승무원 휴가 반영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부조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LCC 업계가 노선 확충, 고환율, 신형 항공기 도입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 대규모 신규 채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인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 19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자본잠식 상태인 에어프레미아도 유상증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에어프레미아에 오는 9월까지 자본잠식률을 50%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6개월 영업정지 또는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소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4년 기준 2989%로 전년(2256%) 대비 대폭 상승했다.
한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운항승무원의 휴식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노조 협상을 통해 일정 부분 휴식을 보장하고 있지만 열악한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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