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지도부가 외교적 접촉을 원하며 전날 미국 측에 협상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가 잡히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회의 전에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해 외교와 함께 강경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군도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이란에 대한 군사개입 옵션을 보고받고 실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 고위 행정부 인사들과 회의를 열고 이란 내 시위 사태에 대한 대응 선택지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다만 행정부 내부에서는 군사 개입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정권의 핵심 목표물을 겨냥한 미군의 군사 공격도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현 단계에서 대규모 물리적 군사 행동이 오히려 시위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미국이 외교·군사 대응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둔 상황에서, 이란과 군사적으로 대치해 온 이스라엘 역시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그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의 한 관계자는 "필요시에는 강력한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국민 보호를 위해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심각한 경제난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정권 퇴진과 왕정 복고 요구로까지 확산되며 격화되고 있다. 이란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한 서방의 제재 속에 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등 경제난이 악화하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이날까지 파악된 사망자가 최소 192명이라고 집계했으며, 일각에서는 2000명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사망자가 시민 490명, 군경 48명 등 모두 538명에 이르며 1만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추산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붕괴될 경우 세계 지정학적 환경과 에너지 시장은 격변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정권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지정학과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선임 중동 애널리스트 출신인 윌리엄 어셔는 "이란이 1979년 (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면서 "지금 체제는 매우 곤경에 처해 있고, 가장 큰 원인은 경제다.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그에 쓸 수 있는 수단도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1979년 혁명으로 친미·친서방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뒤 성직자가 실권을 쥔 이슬람공화국 체제로 재편됐고, 외교 노선 역시 반미·반서방으로 급격히 전환된 바 있다.
에너지 시장도 이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4위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렌트유는 미국의 군사 옵션 사용 가능성 관측 속에 8일 이후 5% 넘게 올라 배럴당 63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지정학적 우려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 속에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이에 12일 아시아 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온스 당 4600.33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46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아직 시위로 인한 원유 수출 감소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시위의 상징적 구심점으로 부상한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 리자 팔레비가 석유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촉구하면서 파장이 주목된다. 1978년 석유 노동자 파업은 이란 경제를 마비시키며 팔레비 왕조 붕괴의 신호탄이 된 바 있다.
덴마크 에너지 리스크 관리업체 A/S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은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초점은 이제 이란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며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보았던 것처럼 혼란을 이용해 정권 전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반정부 시위는 국경을 넘어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LA),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지에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와 행진이 잇따랐다.
미국에서는 워싱턴DC에서 집회가 열렸고, LA에서는 행진 도중 트럭이 군중을 향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유럽에서도 런던과 파리 등에서 수천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의 충돌로 체포자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이란 상황 전개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이 갈리고 있다. 압바스 밀라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지금 이 순간을 구별짓는 핵심은 정권의 정당성이 근본적으로 붕괴됐고, 사람들의 정권 교체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권위주의 체제는 강압만큼이나 공포에 의존하지만, 이란의 경우 그 공포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중동 애널리스트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올해 말까지 현재 형태로 존속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전면적인 혁명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도부 교체나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쿠데타 가능성이 더 크다며,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자유는 일부 확대될 수 있지만 정치적 자유는 축소되고 외교 노선은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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