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환율 1500원 앞 오천피·천스닥의 불안…韓 실질 체력 점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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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피(코스피 5000)’, ‘천스닥(코스닥 1000)’. 최근 경제 기사에 자주 언급되는 이 단어들만 보면 그야말로 한국 주식시장에 ‘꿈의 시대’가 열린 듯하다. 은행 딜링룸의 전광판에는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이 새겨지고, 축제 같은 이 순간을 기록하려는 카메라도 분주하다.
 
하지만 화려한 지수 옆 전광판에 나란히 새겨진 ‘USD/KRW(원·달러 환율)’ 수치는 조용히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었던 지난 22일에도 코스피, 코스닥은 물론 USD/KRW도 빨갛게(상승) 물들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선 1478.1원(종가 기준)까지 뛰며 1500원을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건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통상적으로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걸 뜻한다. 이번 오천피·천스닥 기록으로 승리의 단맛에만 취해 있긴 이르다고 보는 이유다.
 
문제는 환율이 계속 오르면(원화 가치 절하) 결국 수출 중심인 우리 기업에도 호재가 아니라는 데 있다. ‘고환율=수출 호재’란 공식은 이젠 옛말이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의 고환율은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생산 비중 확대로 인해 기업의 이익 체력을 무너뜨리는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다.

이 상황을 붕어빵 장사에 비유하면 이해는 더 쉽다. 붕어빵 체인점의 몸값(시총)은 날로 불어나는데 정작 붕어빵을 구울 팥과 밀가루 가격은 고환율로 치솟는 격이다. 아무리 붕어빵을 많이 팔아도 재료비를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체인점 몸값이 뛴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한편에선 오천피·천스닥의 질(質)에 대한 의구심마저 더해진다. 실제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23%) 대비 최근 35%까지 급등했다.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에 올라탄 특정 대형주의 독주일 뿐 한국 경제의 실질 체력이 강해진 결과라고 보긴 힘들다는 게 핵심이다. 자칫 이를 통해 쌓아 올린 ‘모래성’이 언젠가 쉽게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이러한 시장 일각의 우려처럼 아직 한국 자본시장이 완벽하다고 보긴 힘들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대로 아직 “정상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게 주식시장의 본질이고, 뿌리 깊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지금 우리가 직시해야 할 건 주식시장은 정점인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기묘한 동거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5000, 1000이라는 숫자가 환율이 보내는 경고음을 가리는 방패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한국 경제의 실질 체력을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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