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엔터 프리즘] 그래미 밟은 K팝 궤적…BTS에서 로제·캣츠아이까지, 글로벌 무대의 확장

합동 무대의 일원으로 시작해 시상식의 포문을 여는 오프닝 무대까지. 그래미 어워즈를 향한 K팝의 도전사는 단순한 참가를 넘어 주류 시장 내 영향력을 증명해 온 과정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이 두드리고 닦아놓은 길 위에서 로제와 캣츠아이가 활약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는 K팝이 글로벌 팝 시장의 확실한 상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장이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그래미 무대에 새겨진 K팝 아티스트들의 치열했던 궤적을 짚어본다.
 
방탄소년단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래퍼 릴 나스 X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를 부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래퍼 릴 나스 X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를 부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협업에서 단독 무대로…방탄소년단이 쏘아 올린 공

K팝 아티스트가 그래미 무대를 밟은 첫 순간은 2020년 제62회 시상식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당시 래퍼 릴 나스 엑스의 주축으로 꾸며진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즈(Old Town Road All-Stars)’ 특별 무대에 퍼포머로 참여했다. 빌리 레이 사이러스, 디플로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함께한 협업 무대였으나 K팝 그룹이 그래미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펼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달랐다.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RM의 랩과 멤버들의 여유로운 무대 매너는 현지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듬해인 2021년 제63회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 지명과 함께 단독 무대를 꿰차며 비약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사전 녹화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무대였지만, 이는 한국 대중가수 최초의 그래미 단독 퍼포먼스로 기록됐다. 이어 2022년 제64회 시상식에서는 현장 무대에 올라 ‘버터(Butter)’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국의 와이어 오프닝과 객석을 활용한 뷔의 연기 등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무대 연출은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며 K팝 퍼포먼스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오프닝을 장식한 가수 로제왼쪽 브루노 마스 사진연합뉴스 AP
가수 로제(왼쪽), 브루노 마스가 메가 히트곡 '아파트'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오프닝을 장식했다. [사진=연합뉴스 AP]
 
로제, 그래미의 문을 열다…압도적 오프닝

방탄소년단이 K팝의 그래미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면, 로제는 그 무대의 중심에 섰다.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로제는 K팝 여성 아티스트 최초로 시상식의 오프닝을 장식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무대에 오른 로제는 전 세계적인 히트곡 ‘아파트(APT.)’로 시상식의 시작을 알렸다. 흰색 셔츠와 넥타이 차림의 로제는 기타를 연주하는 브루노 마스와 호흡을 맞추며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이크를 잡고 후렴구를 열창하는 장면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객석의 빌리 아일리시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배드 버니가 환호하는 모습은 K팝이 팝의 본토에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로제는 이날 주요 부문인 ‘송 오브 더 이어’와 ‘레코드 오브 더 이어’ 후보로서도 존재감을 빛냈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오른 하이브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 사진연합뉴스 AP
'하이브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는 지난 4월 발매한 '날리'를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서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AP]
 
글로벌 아이돌 캣츠아이…확장되는 K팝 시스템

이번 그래미는 K팝 시스템의 확장성 또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는 ‘베스트 뉴 아티스트(신인상)’ 후보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곡 ‘날리(Gnarly)’를 부르며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입체적인 동선과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K팝 육성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그룹이 그래미의 주요 부문 후보로 무대에 섰다는 사실은 K팝의 외연이 다각도로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방탄소년단의 첫 발자국부터 로제의 화려한 오프닝까지. 그래미 무대 위 K팝의 역사는 멈추지 않고 진화해 왔다. 언어와 국경을 넘어선 이들의 궤적은 앞으로도 그래미의 역사 페이지를 계속해서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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