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의 산업풍향계] 역대급 수출 호조에도... 美 관세 정산 앞두고 기업들 '혼란'

  • 韓 기업 생산 현지화·공급망 재편 총력전

  • "대응 조력 창구 활용해 선제 대응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 수출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올해 80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재계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맞서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 등 다각적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코앞에 닥친 관세 정산까지 올해도 혼란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액은 658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3.9% 급증하며 역대 1월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도체 수출이 102.7% 폭증하며 IT 품목 전반을 견인했고, 화장품·의약품 등 소비재도 호조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25%로 상향 조정하며 8800억 달러 돌파를 점쳤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을 우려에 빠트린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공장 생산분까지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 현지화'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에서 연 100만대 이상 생산 중이며, 추가 투자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각각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대규모 팹을 증설 중이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려 공급망 안정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법원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기반 관세 위법 여부 판결을 앞두고 재계가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1심 재판부(국제무역법원)는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며 상호관세가 무효라고 결정했고, 2심 재판부(항소법원)도 작년 8월 1심 판결을 기본적으로 유지했다. 이후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다만 대법원은 구두변론 이후에도 선고 일정을 공지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판결이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1·2심 재판 결과처럼 대법원이 관세 부과 무효 판결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관세 정산 절차는 대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정산 준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위법 판결이 나온다면 한국 수출에 호재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 '정산' 시점을 앞두고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기업들의 실무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법상 수입신고에 대한 관세액 정산 이전과 이후의 관세 환급 가능성과 대응 절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에 선제 대응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아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입신고자 여부 확인, 수입자와의 계약 점검, 사후정정 신고 및 이의신청 기한 준수 등 기업들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충분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정부·수출지원기관의 대응 조력 창구를 활용해 다양한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나서 수출 기업의 관세·무역 대응 지원을 강화한다. 산업통상부는 작년 2월 범정부 관세 상담 창구로 개설한 '관세 대응 119'를 '무역 장벽 119'로 확대 개편하고 관세·비관세를 총괄하는 범정부 무역장벽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설치한 '관세 대응 119'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1만570건의 상담을 접수하고 기업들의 관세 관련 애로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세관(CBP)의 품목별 관세 통보에 대응해 세율을 50%에서 15%로 낮춰주거나, 자유무역협정(FTA) 미적용 통보 사안을 해결해 관세를 면제받게 하는 등의 성과가 보고되는 등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는 최근 기술규제 등 비관세장벽 강화, 미국 세관의 한국산 원산지 검증 강화, 미국 연방대법원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 판결 대응 등에 대한 기업들의 상담 수요가 증가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상담 창구를 확대·개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 범위를 관세 납부 이후의 검증 대응과 환급까지로 넓혀 기업들이 수출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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