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원전인력] 널뛰는 원전 비중에 휘청이는 학계·업계…"일관된 정책 신호 필요"

  • 정권 따라 바뀌는 원전 비중...산업 생태계·인력 기반 약화

  • AI 확산에 전력 수요 급증...李정부, 신규 원전 건설 재추진

  • 12차 전기본 수립 앞두고 원전 비중 주목...정책 일관성 요구↑

울산 울주군에 건설중인 새울3·4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울산 울주군에 건설 중인 새울3·4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공식화했지만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이 정권의 ‘전리품’처럼 취급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의 진폭이 커지면서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 업계 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도 심화돼 일관된 정책 시그널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된다.
신규 원전 건설 공식화에도…탈원전 후유증 남은 현장

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30일 신규 원전 부지 확보를 위한 후보지 유치 공모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2037~2038년까지 1.4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원전 2기와 2035년까지 0.7GW 규모의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원전 건설 계획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을 당초 계획대로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전기본은 중장기 전력 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전력 설비 확충 계획을 담아 2년 주기로 수립된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 결정에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급변해온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탈원전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 이후 원전 산업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흐름을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원자력 산업 분야 매출액은 총 27조4513억원이었으나 정권 말기인 2021년에는 21조5860억원으로 2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원전 인력은 3만7232명에서 3만5104명으로 2128명 줄었다. 미래 원자력 산업을 책임질 원자력공학 전공 학생 수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지원자가 ‘0명’인 사례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반장 행보 보인 에너지 정책…원전 비중 文 23.9%·尹 32.4% 

에너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탈원전을 공식화했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제8차 전기본을 통해 당시 전체 전력 생산에서 30.3%를 차지하던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3.9%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0년 발표된 제9차 전기본의 목표 원전 비중도 25.0%에 그쳤다.

반면 원전 부활을 내건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을 다시 높였다. 2023년 확정된 제10차 전기본에서 2030년 원전 비중은 32.4%로 상향 조정됐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전기본 대비 7.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당초 탈원전 기조를 시사하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정부도 원전 신규 건설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기후부 의뢰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12차 전기본 초안 공개…"일정 부분 원자력이 감당해야"

시선은 자연스럽게 제12차 전기본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 2026~2040년 발전량 전망을 담은 제12차 전기본 초안을 공개한 뒤 이르면 하반기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AI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추가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제11차 전기본에서 제시된 2038년 원전 비중 목표(35.2%)를 2050년까지 유지하려면 신규 대형 원전 20기와 SMR 12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력 수급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업계에는 이미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원전 건설은 착수부터 가동까지 수십 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어서 단기 정책 변화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서 가장 기초적인 인력 양성 체계부터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한 중장기 원전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로 가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을 원자력으로 감당하겠다는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정책 시그널이 있어야 시장과 학계가 함께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과 중장기 방향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명확한 시그널을 담은 계획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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