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판 결과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 도입 논의를 두고 대법원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이 현행 헌법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민이 소송 지옥에 빠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언론에 공지 10쪽 분량으로 된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를 통해 최근 헌재 측 찬성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대법원은 우리 헌법이 1987년 헌재를 설립할 당시부터 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대법원은 "헌법은 구체적 사건에 법을 적용하는 사법권을 오직 법원에 부여했다"며 "법률에 대한 위헌 심판은 헌재가, 명령·규칙에 대한 최종 심사는 대법원이 맡도록 권한을 분립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도입됐을 때 국민이 겪게 될 실질적인 피해도 우려했다. 헌법 규정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패소한 당사자들이 기본권 침해를 명분 내걸어 재판소원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재판소원이 헌법심일 뿐이라는 헌재 측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후속 재판이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면 사실상 '제4심'으로 작동해 재판이 무한정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국민의 권리 실현을 늦추고 패소자에게는 소송 지연 수단을 제공하는 소송 지옥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무적인 한계도 지적했다. 현재 재판관 9명과 연구관 70여 명이 있는 헌재 구조상 연간 1만5000건 이상으로 예상되는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은 "사건이 폭증하면 현재 평균 2년이 넘는 헌재의 처리 기간이 몇 배로 늘어나 극심한 재판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 제도의 근본을 바꾸는 ‘개헌 사항’에 준하는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 형성 없이 성급하게 법 개정을 추진해서는 안 되며 국회와 법원, 헌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국민 피해를 최소화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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