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다주택자 대출 연장 규제, 공평과 충격 사이의 균형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대환대출까지 신규 대출 규제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은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기존 다주택 보유자의 대출 연장·대환 현황을 점검하고, 보다 분명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서울 아파트를 보유한 개인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로 대상을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의의 본질은 단순한 금융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공평의 원칙에 관한 문제다. 대출 만기 도래 시 연장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은 형식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는 신규 자금 공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규 다주택 구입에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기존 보유자에게는 만기 연장을 관행처럼 허용한다면 정책의 형평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규제가 ‘입구’만 막고 ‘출구’를 열어둔다면 시장은 그 틈을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원칙은 현실과 분리될 수 없다.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을 일괄 중단할 경우 연체와 경매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가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임차인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고 이른바 ‘깡통주택’이 늘어날 경우, 시장의 충격은 금융 영역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확산될 수 있다. 정책의 목표가 투기 억제에 있다 하더라도 그 여파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규제 대상을 ‘서울 아파트’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지방의 다세대주택이나 소형 주택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지역 주택시장과 임대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정책은 선명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밀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또 다른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관건은 속도와 강도의 조절이다. 대통령이 언급했듯 일정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은 충격을 완화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1년 내 일정 비율 감축, 2년 내 전면 해소와 같은 단계적 접근은 시장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금융시장은 신호에 민감하다. 갑작스러운 단절보다 예고된 조정이 안정적이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는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규제의 명분이 ‘불로소득 차단’에 있다면 정책의 최종 목표는 주거 안정과 시장 질서 확립이어야 한다. 투기를 억제하되 임차인을 보호하고, 형평을 지키되 시장 충격을 관리하는 것. 이것이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강한 의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강한 정책일수록 더욱 정교해야 한다. 공평을 지향한 정책이 또 다른 불공정을 낳지 않도록 정부는 충분한 데이터와 면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 구조를 바로잡는 길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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