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6·3 지방선거, AI 선수를 뽑자] ⑱ AI 시대 지방재정,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의 언어다

AI 시대의 지방재정은 더 이상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은 이제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전제로 편성되고, 재정 배분의 우선순위 역시 예측 모델과 효율성 지표에 따라 조정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판단을 시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다. 숫자는 늘 존재했지만, 설명은 점점 빈약해지고 있다.


지방정부는 AI를 활용해 세수 추계를 정교화하고, 복지 대상자를 선별하며, 사업 타당성을 분석한다. 이는 분명 행정의 진화다. 그러나 “AI 분석 결과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이 예산 설명의 종결어가 되는 순간, 민주적 통제는 약해진다. 재정은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공적 선택의 영역이다. 선택에는 반드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지방재정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 어떤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어떤 영역을 축소할 것인지는 지역의 미래를 가르는 문제다. AI가 효율성을 이유로 특정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게 평가했다면, 그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시민은 알 권리가 있다. 어떤 데이터가 사용됐는지, 어떤 변수는 제외됐는지, 지역의 특수성은 어떻게 반영됐는지, 소수 집단의 필요는 누락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픽챗지피티
[그래픽=챗지피티]


AI 기반 재정 운영의 가장 큰 위험은 ‘객관성의 환상’이다. 숫자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정과 전제가 있다. 데이터의 구성과 모델의 설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준비된 리더는 이 전제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먼저 공개한다. “이 분석에는 이런 한계가 있다”는 고백이 가능할 때, 재정은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또 하나의 쟁점은 책임 구조다. AI 예산 분석이 실패하거나 예측이 빗나갔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시스템 개발사인가, 외부 컨설팅 기관인가, 아니면 단체장인가. 민주 행정의 원칙은 분명하다. 최종 책임은 선출된 권력자에게 있다. 기술은 판단을 돕지만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이 선을 분명히 긋지 못하면 재정은 효율을 얻는 대신 책임을 잃는다.


AI 시대 지방재정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분석 기준의 공개. 둘째, 예외와 이의 제기 절차의 제도화. 셋째, 실패 가능성까지 포함한 사전 설명이다. 효율을 말하기 전에 판단의 근거를 밝혀야 하고, 숫자를 제시하기 전에 선택의 기준을 설명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AI를 활용해 예산을 편성하겠다면, 그 기준을 시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측이 빗나갔을 때, 누구의 이름으로 책임질 것인가.”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지역의 목소리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AI 리터러시를 갖춘 리더는 숫자를 잘 읽는 사람이 아니다. 숫자 뒤의 전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효율을 약속하는 대신 책임을 구조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방재정은 회계 기술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시험대다. AI가 개입할수록 설명은 더 투명해야 한다.


6·3 지방선거,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AI로 예산을 짜겠다는 후보인가, 아니면 AI 시대의 재정을 시민 앞에서 끝까지 설명할 준비가 된 리더인가.


AI 선수를 뽑는다는 것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를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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