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불안한 중동 정세와 '카르텔과 전쟁'으로 인해 악화된 멕시코 치안 등이 맞물리며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美 공습에 이란, 월드컵 불참 시사
가장 큰 악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최고조에 달한 중동 지역의 전운이다. 특히 이란을 향한 미국의 직접 타격으로 인해 이란의 북중미 월드컵 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메흐디 타즈 이란축구협회장은 지난 1일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이 공습한 상황에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70여 년간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국가가 대회 직전 불참을 선언한 적은 없다.
공교롭게도 이란 축구대표팀은 본선 조별리그를 모두 미국에서 치른다. 6월 16일과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질랜드, 벨기에와 차례로 맞붙고, 시애틀로 이동해 27일 이집트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소화하는 일정이다.
여기에 이란은 월드컵 기권에 따라 최소 25만 스위스프랑(약 4억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고 다음 월드컵 예선 참가 자격도 박탈될 수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이란이 보이콧을 감행할 경우 이라크 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월드컵 출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이라크는 5차 예선까지 거쳐 UAE를 3대 2로 꺾고 대륙 간 플레이오프(PO)에 올라있다. 오는 4월 1일 볼리비아-수리남 승자와 단판 승부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만약 이라크가 대륙 간 PO에서 승리할 경우 이란 대신 UAE가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FIFA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FIFA 사무총장은 "우리의 목표는 모든 팀이 출전해 월드컵을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해 "나는 이란이 월드컵에 나오든 안 나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란은 매우 심각하게 패배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고갈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최국인 멕시코의 걷잡을 수 없는 치안 악화도 골칫거리다. 지난 2월 멕시코 정부가 할리스코주 마약 카르텔 두목을 사살한 이후 카르텔 단원들이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과 상점을 불태우는 등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본선 진출국 사이에선 멕시코 위험 지역에 대한 '여행 자제령'을 발동하거나, 경보 수준 격상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외교부 역시 현지 여행 취소 및 연기를 권고한 상태다.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멕시코 내 개최지 변경이나 특정 경기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개최지 박탈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파블로 레무스 할리스코 주지사는 지난달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과달라하라가 개최권을 잃을 위험은 전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역시 "멕시코 당국을 신뢰하며 일정 변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수습에 나섰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을 통해 "문제는 전혀 없다. 오히려 신뢰가 확고한 상태"라며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군경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월드컵 기간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멕시코 내 상황을 긴장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조별리그 세 경기가 모두 멕시코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A조에 편성된 한국은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유럽 PO 승자와 1차전을 치른다. 이어 19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격돌하며 25일에는 몬테레이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어수선한 외부 상황과 별개로 철저한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감독은 "여러 외부 상황으로 월드컵이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우리 대표팀은 그런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회 개막 전까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대회를 잘 준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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