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돈 쏠리는데…은행들 예금금리 못 올리는 이유

  •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은행 예·적금 금리 2%대

  • 정부 가계대출 관리 기조, 중동리스크에 관망세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권시장 활황으로 자금이 썰물처럼 증시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가계대출 관리, 중동발(發)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쉽사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금금리는 2.60~3.05% 수준이다. 우대 조건을 뺀 '기본금리'는 2.05% 수준으로 하단이 더 떨어진다. 적금금리도 최고 금리 기준 2.60~3.40% 수준에 형성돼 있다. 

통상적으로 자금 이동이 거세질 경우 은행들은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올려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부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중동 사태 등 외부요인이 겹치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예금 금리를 올릴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대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경우 정책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은행들이 높은 '최고 금리'를 내세운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기본금리는 낮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실질적인 금리 인상보다는 제한적 혜택을 통해 수신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두근두근 행운적금'은 최고 연 12.50% 금리를 내세우지만, 기본금리는 연 2.50%에 불과하다. 나머지 금리는 매달 추첨으로 제공되는 '행운카드' 당첨 시 지급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한 달부터 적금(매주)X현대자동차' 상품도 기본금리 연 1.80%에 제휴 우대금리 등을 더해 최고 연 8.80% 금리를 제공하지만, 현대차 구매 계약 확인 또는 카드 결제계좌 지정, 납입 회차 달성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만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예금 역시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주요 정기예금 상품인 'NH올원e예금'과 'NH왈츠회전예금 II'의 1년 만기 최고금리를 연 3%대로 인상했다. 그러나 아직 나머지 대형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2%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이 'WON플러스예금(12개월 만기)' 금리를 인상했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정기예금 금리를 소폭 올리며 인상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아직 NH농협은행 외에 3%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은 없다.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증시로의 자금 이동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중동 사태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를 매수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다시 움직이면서다. 전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7872억원 줄었다.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지는 요구불예금 역시 같은 기간 684조8604억원에서 676조2610억원으로 8조5993억원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예금 이탈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들이 다시 안전자산 성격의 은행 예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중동 리스크 등 대외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자금 조달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시장 흐름에 맞춰 무리하게 수신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전반적인 건전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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